나고 자란 곳이면서도 에메랄드빛의 세화 바다를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세화바다를 한눈에 담으며 정성스러운 갈치조림 한 상을 맛볼 수 있는 곳.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다시버시’다.
솔직히 말해서 제주도민에게 갈치조림은 집에서 해 먹고 말지, 사 먹는 음식은 아니다. 관광객 타깃으로 서비스가 좋지 않거나 가격거품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맛있는 곳도 찾기 어렵다. 누군가 제주에 놀러 와 갈치조림 맛집을 물어도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만큼은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갈치조림을 설명하기에 앞서 밑반찬 소개를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새벽 직접 쑤어 만드는 청포묵의 고소하고 슴슴한 맛은 본격적인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충분하다. 또 새콤달콤 연근 피클, 견과류를 곁들인 멸치볶음, 오이고추 된장무침까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손맛 가득 정갈한 밑반찬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중에서도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김 조림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자작하게 졸여 만든 김 조림을 흰쌀밥에 싸서 먹으면 입안에서 짭짤하면서도 달큰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김이 이렇게도 맛있을 수 있구나’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장님의 내공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렇게 홀린 듯 밑반찬을 비워갈 때쯤 보글보글 끓는 갈치조림이 나온다. 사장님 부부는 차로 20분 거리인 성산포수협에서 싱싱한 갈치를 가져오고 있다. 갈치는 역시 제주산이다. 통통한 갈치 살점을 국물에 적시고, 밥 위에 올려 한입에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갈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제주의 맛이지’. 양념이 잘 배어들어 푹 익은 무까지 으깨어 먹다보면 밥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다.
2명이 단돈 3만6000원이면 제철 식재료와 싱싱한 갈치조림 한 상을 배불리 맛볼 수 있다. 세화오일시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시장 눈요기하고 식사 해결하기에도 좋다. 건강한 음식과 온화한 사장님 부부가 맞아주는 다시버시. ‘다시 보고 온다’는 가게명처럼 오늘도, 내일도 찾고 싶은 곳이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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