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손을 떠난 TBS가 독자 생존을 위한 재원 확보의 길마저 막히면서 그대로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등을 돌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손발이 묶여 도와줄 수 없다”며 TBS의 구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야당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직원 간담회와 국정감사 등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수준을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어서 ‘TBS 정상화’는 더 요원해지고 있다.
9월 급여일이었던 25일, TBS는 직원들 월급을 한 푼도 주지 못했다. 6월부터 시행된 무급 순환휴직에 급여 일부가 이연(차례로 미룸)된 상황에서 9월 임금이 통째로 체불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TBS는 6월부터 서울시 지원이 완전히 끊기고 이후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급기야 9월 들어선 통장 잔액이 1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9월11일부로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해제되면서 민간 법인이 된 TBS는 당장 기부나 민간 투자를 받아 인건비 등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8월28일 방통위에 비영리 재단법인으로의 정관 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이마저 거부되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9월25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TBS 정관 개정은 지배구조 변경에 관한 사항이므로 위원회 심의·의결이 필요하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위원장 탄핵심판으로 방통위 1인 체제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점을 고려하면 TBS 정관변경은 무산된 셈이다.
더 충격적인 건 하루 전 이미 TBS 대표가 사실상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날(24일) 10월31일자로 전 직원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해고 계획안에 결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대로 시행되면 TBS 직원 240여명 중 방송유지 필수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하게 된다.
TBS 구성원들은 이 대표대행 사임이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이고, 사의 표명 후 이뤄진 모든 행정 행위는 무효라며 해고 계획안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이 모든 게 “서울시와 방통위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BS 양대 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9월25일 성명을 내고 오세훈 시장을 향해 “서울시의 무책임한 결정이 노동자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가정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성토한 뒤, 방통위를 향해서도 “TBS가 존폐 위기로 몰리는 동안 철저히 방관하더니, 인제 와서는 마치 계획된 수순을 밟는 듯 TBS를 폐국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단순히 행정적 실수나 정책적 실패가 아니다. 이는 240여명의 생존권을 파괴하고 그들의 삶을 붕괴시킨 중대한 사회적 범죄”라며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중인 15일 YTN 민영화와 TBS 사태 관련 방통위 책임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 국정감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1일 TBS에서 직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번 간담회를 “TBS 살리기의 일환”이며 “TBS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는데, 방통위 불허로 TBS의 법인 전환이 막힌 상황에서 야당이자 서울시의회에선 소수파인 민주당이 묘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TBS 양대 노조는 TBS의 몰락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정치권을 향해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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