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임기를 시작한 13기 KBS 이사회가 11일 구성원 전반이 반대하고 있는 ‘조직개편안’(직제개편안)을 심의한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등 ‘2인 체제’ 방통위가 선임한 여권 이사 7명이 조직개편안 의결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새 KBS 이사회가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유는’)
KBS 이사회의 조직개편안 의결 강행에 대한 구성원의 우려는 4일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진행된 사내 3개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KBS같이노조)의 피켓시위에서 확인된다. 이들은 기술인협회 등 사내 현업 단체와 함께 KBS 본관에서 ‘‘조직개악안’ 완전 폐기 촉구’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여권 이사들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KBS 구성원 반발에도 사측은 9일 긴급안건으로 직제개편안을 제출했다. 사측은 안건 제출 사유로 ‘신속하게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사측은 올 7월부터 조직개편을 추진하다 일부 여권 이사들마저 반대 의견을 내자 8월28일 12기 이사회 마지막 회의에 조직개편안 상정 철회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10일 만에 해당 안건을 다시 들이밀었다. KBS 야권 이사들은 사측이 직제개편안을 긴급 의결안건으로 제출한 데 대해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통상 주요 안건에 대한 이사회 소집통보는 회의 개최 7일 전 이사들에게 알리는데, 직제개편안을 긴급안건으로 올리며 회의 이틀 전 소집통보를 한 것이다.
야권 성향 인사인 정재권 KBS 이사는 “12기 이사회 때 조직개편안은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부의가 요청된 바 있다”며 “KBS 조직 전체를 크게 흔드는 조직개편안은 주요한 안건으로, 이사회에 7일 전에 부의 요청이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야권 이사들은 11일 이사회에 참석해 긴급안건 상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 정재권 이사는 “무엇보다 지금 직제개편을 강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는 이유는 박민 사장 임기가 12월9일에 끝나기 때문”이라며 “조직개편은 사장이 앞으로 KBS를 어떻게 이끌어갈 거며, 그 이후 5년, 10년 정도의 상황을 보고 추진하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다음 사장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 구성원도 사장 임기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사측이 졸속으로 직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특정 업무를 분사, 외주화하기 위한 정지 작업”(7월12일 KBS본부 성명)이라는 지적이다. 사측은 예능센터·드라마센터·편성본부를 합친 ‘콘텐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기술본부를 ‘방송인프라본부’로 바꿔 여러 국을 통합하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은 사실상 해체해 사장 직속 ‘교양다큐센터’로 신설하고, ‘추적60분’ 등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이관한다는 게 사측이 노조에 알린 방침이다.
KBS본부는 10일 사측의 직제개편안 긴급안건 제출 관련 성명을 내어 “이사회도, 구성원들도 반대하는 개악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라곤 임기가 석 달 남은 낙하산 사장의 업적을 만들기 위한 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연임의 성과를 위해 내부 갈등만 조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낙하산 사장이 얼마나 자격 없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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