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백두대간을 완주했던 김영주 중앙일보 기자가 이달 중순부터 한 달간 8명의 소년보호시설 청소년들과 백두대간을 걷는다. ‘청소년 백두대간 한 달 걷기’를 부제로 한 이번 종주는 지리산부터 태백산까지 약 400km를 매일 걸으며 청소년들이 정서적 치유와 인생의 길을 찾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김영주 기자는 올해 초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서 시작해 지리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700km 백두대간 종주길을 50일 만에 완주한 후 이번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단순 종주보다 사회적 의미와 내용을 담은, 백두대간 인문학 스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였다. 김 기자는 “서구에선 프랑스의 ‘쇠이유 프로젝트’ 같이 범죄 이력이 있는 청소년과 산악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짝을 지어 걷는 프로그램들이 있다”며 “국내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여러 번 시도했고 실제 한 경우도 있지만 잘 알려지진 않았다. 마침 백두대간 트레킹이 제격이라고 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종주 이후 유관 기관을 찾아다녔고,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아동보호치료시설로 지정된 살레시오청소년센터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살레시오청소년센터는 법원으로부터 ‘6호 처분’을 받은 남자 청소년 40여명이 생활하는 곳이다. 6호 처분은 비행 정도가 낮고 개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을 소년보호시설에 머물도록 하는 처분이다.
김 기자는 살레시오청소년센터와 협의해 이곳에서 머무는 중학생 2명, 고등학생 6명과 오는 18일부터 10월17일까지 한 달간 백두대간을 걷기로 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신부님 2명과 외부 멘토 8명, 스태프 등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김 기자는 이들과 야영장, 산장에서의 숙박을 기본으로 하루 약 12~15km를 휴식일 없이 백패킹(야영 장비를 등에 지고 걷기) 할 계획이다. 김 기자는 “애초 450km 종주에 하루 20km 걷기를 계획했는데, 트레이닝을 해보니 아이들이 좀 힘들어 하더라”며 “사고가 날 수도 있어 목표와 계획을 쉽게 수정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이 원할 경우에만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더중앙플러스’와 지면에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사를 연재할 계획이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엔 책 발간을 고민하고 있다. 김 기자는 “백두대간을 걸으며 겪는 여러 시행착오를 정리할 생각”이라며 “책을 토대로 이와 비슷한 시도들이 많아지고, 한국에도 프랑스 쇠이유 재단 같은 곳들이 생겨 아이들의 재범률이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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