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위원장의 수사 의뢰에 따라 ‘심의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찾으려 다시 압수수색을 벌였다. 1월에 이은 두 번째로 이번에는 직원들을 특정해 내 자택에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적반하장’이라며 경찰을 규탄했고 야당은 제보자 탄압에 대한 현안질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0일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방심위 사무실을 종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이어졌다. 강제수사 대상에 노동조합 간부도 포함돼 노조 사무실에서도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경찰은 이보다 한 시간 일찍 직원 3명의 주거지에서도 휴대전화 등 소지품들을 압수했다. 직원들이 받는 혐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경찰이 방심위 사무실과 직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데 동원한 수사관은 20여 명으로, 이들이 제시한 영장만 최소 8개였다.
경찰은 1월에도 방심위 사무실을 6시간가량 압수수색했다. 류 위원장이 민원인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직원이 누구인지 찾아 달라며 수사를 의뢰한 지 보름 만이었다. 한 달 앞서 뉴스타파와 MBC는 류 위원장의 가족과 친척, 전 직장 동료 등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자들의 정보를 입수해 보도했다.
노조는 경찰이 ‘적반하장’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도둑이야’ 외치니 외친 사람을 잡겠다고 두 번이나 이렇게 많은 경찰 인력이 압수수색을 나왔다”며 “떳떳한 일을 했기 때문에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지만 그 전에 신고자 색출 수사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분명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7조는 공직자의 공익침해 행위를 알았을 때 신고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제보자는 압수수색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엉망진창, 비정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경찰이 할 일은 제보자 색출이 아니라 류 위원장 민원사주 수사”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오는 13일 민원사주 의혹 공익제보자 탄압 관련 현안질의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원 사주’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설계한 이들에게 특정된 인물의 정보가 유출된 점은 더더욱 ‘조직적 개인정보 빼내기’의 의혹을 키운다”며 “편파적 의도에 따른 고의적 유출이라면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류 위원장의 지인들이 제기한 민원을 바탕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수사’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들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류 위원장이 이들에게 민원을 넣으라고 시켜 이해충돌을 일으켰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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