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이 지난 3년 임기에 대해 ‘부정평가 97%’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합뉴스 노조는 “창사 이래 최악의 사장”이라고 평가하며 경영 참사에 사과하고 퇴직금도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가 지난 22~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기 말 경영평가 설문(응답률 41.2%)에서 부정 평가한 답변은 ‘잘못한 편’(28.1%)과 ‘매우 잘못함’(68.8%)을 합쳐 96.9%를 기록했다. ‘잘한 편’이란 응답은 2.3%에 그쳤는데, 이마저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성 사장 체제에 대한 평가는 부정 일색이었다.
성 사장은 지난해 8월 중간평가에서도 100점 만점에 53점을 받았는데, 최종 평가는 훨씬 더 나빠진 것이다. 연합뉴스지부는 노조 규약에 따라 사장 취임 1년 7개월째 되는 달에 중간평가를, 3년 임기가 끝나기 한 달 전 마무리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7.3%는 정부구독료 삭감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정부구독료는 최근 2년간 총 280억원이 삭감되며 올해 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연합뉴스지부는 “구독료 삭감이 예견됐는데도 경영진이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고 29일 성명에서 밝혔다. “창사 이래 최악의 사장으로 기록될 듯하다”는 답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을지재단의 연합뉴스TV 강탈 시도에 대해 현 경영진이 적절한 대비와 대응을 했다고 평가하나”란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9.5%를 이뤘다. 후속 조치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본 응답자가 대부분(89.5%)이었다. 개국 이래 2대 주주로 참여해온 학교법인 을지학원은 2022년 연합뉴스TV가 연합뉴스에 주는 업무협약금이 부당하다며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겸 연합뉴스TV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해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이며 연합뉴스를 뛰어넘는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을지학원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 불승인하면서 연합뉴스가 1대 주주 지위는 유지하게 됐지만, 당시 ‘연합뉴스TV를 뺏길 수도 있다’는 구성원들의 불안감은 컸다.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부정평가도 75.4%에 달했다. 인사이동이나 징계 결정 등 경영진이 인사권을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게 휘둘렀다고 본 응답자는 68.6%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답변은 5.7%뿐이었다. 응답자의 56.0%는 보도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마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를 전하며 연합뉴스지부는 “너무나도 착잡하다”며 “우리가 사랑하던 당당하고 큰 연합뉴스가 그 어떤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최대 가치인 공정보도마저 잃고 상처투성이가 됐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기홍 사장 등 경영진을 향해 “최악의 경영으로 모든 연합뉴스 구성원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면서 “아무 성과도 없이 배수제(사장 6배·상무 4배)로 누적된 퇴직금을 어려운 회사 재정에 반납해 그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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