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와 언론단체들이 기자들의 국방부 시설 출입을 막아세운 대통령실과 경찰을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기본권의 하나인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인데, 경호 권한을 남용했다며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서울시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경호처와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용산경찰서가 군인권센터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활동을 봉쇄했다며 “언론의 자유,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5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명예전역에 반대하는 시민 2만2080명의 서명서’를 제출했다. 애초 기자들이 민원실 안에서 서명서 전달 장면을 촬영하려 했지만 경호처와 경찰이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취재가 불가능하다며 막았다.
이후 기자들은 민원실에서 길을 건너 250m 떨어진 밖까지 쫓겨났다. 국방부 정기 출입기자 비롯해 이미 민원실 안에 있던 기자들도 경찰 지시에 따라 이동했다. 경찰은 취재진이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지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군인권센터는 2시간 동안 서명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과도한 경호이고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곳 대통령실 앞 인도에서는 걸어다니기만 해도 어디 가느냐고 묻고 보행을 막는데 10분, 20분 걸릴 때도 있고 실랑이를 할 때도 있다”며 “못 지나다닐 이유가 없는데 기자라고 하면 바리케이드를 치는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법에 따라 경호구역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경호처가 민원실이 대통령실 권역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호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경호를 핑계로 얼마든지 취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대통령 행사에서 여러 차례 ‘입틀막’ 사건이 있었고, 황상무 전 시민사회 수석의 ‘칼틀막’ 발언도 있었는데 이번은 횡단보도를 틀어막는 ‘횡틀막’이라고 보고 싶다”며 “횡단보도 하나 건너가지 못하면 밀실에서의 은밀한 공작은 어떻게 밝혀지겠느냐”고 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쯤은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안이하게 생각했다”면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뒤 대통령실 1층에 가벽을 세워 사진 찍어 공개하는 것도 금지하는 등 취재공간을 점점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볼 공간을 야금야금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 언론인들에 대한 사과를 바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대통령 경호를 위해 대통령실 인근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보행자, 차량 검문을 조사해 개선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번 사안에 이후에도 협력을 이어가고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라 경호처와 경찰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국경없는기자회와 유엔 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 등에게도 알려 문제 제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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