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안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TBS는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8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9월 이후 TBS의 존속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연말 재허가 심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서울시의회에 호소했다. 이 대표대행은 추가 지원이 없으면 전 직원 해고와 폐업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TBS는 전날 시의회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2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 대표대행은 “사실 50억원 이상은 필요하나, 최대한 비용 절감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그 정도라면 일단 연말까지는 버텨보겠다는, 우리의 간곡한 노력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현재 TBS는 오는 23일 8월분 월급을 주고 나면 인건비가 남지 않는 상황이다. 통장 잔고가 사실상 ‘0원’이 되는 셈이다. 강 본부장은 “8월 안에 서울시의 추가 지원이든 외부 투자가 기적적으로 성사되는 일 같은 게 없다면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표대행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살길을 찾는 동안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6월1일 관련 조례 폐지에 따른 서울시의 예산 지원 중단 이후 TBS는 민간 투자를 포함해 “서울시와도 제2, 제3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있거나 공개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날 설명으로 미루어 볼 때 법적 제약이 많은 민영화보다는 사회공헌 목적 등 비영리 기업을 통한 TBS 재단 거버넌스 개편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대행은 “이미 몇몇 기업이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TBS가 정상적으로 지속 가능한 매체가 되려면 연말까지 상업광고가 허용되고 현재의 영어방송이 관광·교육방송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연말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까지 버텨야 상업광고 허용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전제로 투자 유치 등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무급휴가 시행 등을 통해 25%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자구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억울한 심정 또한 토로했다. 특히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등을 가리켜 “시민과 TBS에 엄청난 부채를 남긴 채 개인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편향성을 일으킨 분들은 국회의원이 되기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데 “직원들은 그 멍에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부조리하다”면서 “그분들이 우리를 돕는 데 사재를 털어서라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한 시의회 쪽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시의회는 다음 날인 9일 김혜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 “TBS 지원 조례안은 이미 폐지됐다. 이제 예산 편성 여부는 의회가 결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의회(인근)까지 와서 기자회견을 하는 속내는 시의회에 총구 겨누기인가”라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서울시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으나, 기자회견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 대표대행의 리더십에 대한 TBS 구성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한 상태다. TBS 임직원의 약 80%가 가입된 양대 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전 직원을 볼모로 현 위기를 타개하는 방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전 직원 해고나 폐업 등을 통보할 경우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7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는 투표율 84.1%에 찬성률 84.8%로 가결됐다. 양대 노조는 지난달 12일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돌입했으며, 13일 제3차 조정까지 결렬되면 파업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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