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어느 날 취재원과 저녁 술자리를 마치고 당산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피곤함에 발이 천근만근이었다. 8시가 넘었는데도 날이 살짝 더웠다. 맥주가 생각났다. 그날따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혼자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근처에 사는 친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야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온 상태였다. 둘이서 자주 가던 ‘철길부산집’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도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2차를 가게 됐다.
2차로 정한 철길부산집은 이자카야 프랜차이즈다. 지점은 전국에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이 부산이거나 위치가 철길 근처가 아니어도 상관없나 보다. 우리가 방문한 지점은 위치가 썩 좋지 않았다. 양옆에 있는 건물들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2차를 온 것처럼 보이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이고 있었다. 다행히 안쪽 테이블에 자리가 있었다.
테이블에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스테인리스 통이 있다. 만지면 뜨겁다. 밑에 중탕기가 통 안의 어묵 국물을 데우고 있다. 수저통은 따로 없다. 학 같은 동물이 그려져 있는 일본풍의 원통형 컵에 수저가 꽃아져 있다. 우리는 능숙하게 수저를 테이블 위에 올린 다음 어묵 국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그리고 점원에게 부산어묵모듬과 기린 생맥주를 주문했다.
어묵모둠에는 각종 어묵 꼬치, 곤약 꼬치, 가래떡 꼬치 등이 나온다. 이것들을 어묵 국물 통에 담그면 된다.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다 보면 어묵이 따듯해져 있다. 나는 먼저 가래떡을 빼서 한입 크기로 잘랐다. 떡을 간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짭조름한 게 이만한 별미가 없다.
그렇게 친구와 따듯한 어묵과 시원한 생맥주를 먹고 마셨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깔깔 웃었다. 출입처를 오다가다 주워들은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사회초년생들의 고민과 애환도 털어놨다. 속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술자리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생맥주 몇 잔을 마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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