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제22대 국회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리는 데다 25일로 예상되는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드넓은 대치전선 중에서도 언론계 이목이 쏠린 전장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처리 여부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다. 두 사안 모두 공영방송의 명운을 좌우할 일들이다. KBS, MBC, EBS의 지배구조와 독립성·공정성이 방송4법의 입법 여부와 이 후보자의 거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방송4법의 경우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각만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태의 단초는 정부·여당이 제공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사퇴 후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수리, 이진숙 후보자 지명 등 일련의 절차 역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위한 큰 그림 아니었느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21대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된 방송3법 개정안에 4인 이상 위원 출석으로 방통위 회의를 개의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을 더한 방송4법 처리를 밀어붙였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야당에 방송4법 입법 강행 중단을, 정부·여당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야당은 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으나, 여당은 ‘이사진 선임은 행정부 인사 권한’이라고 강조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야당이 다시 방송4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우 의장은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정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지만 정부가 중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혼란상이 되풀이될 게 자명하다. 그러는 사이 공영방송은 외부의 공격은 물론, 내부 구성원간 갈등과 반목으로 서서히 곪아갈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다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공영방송이 안팎으로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를 생생히 목격했다. 하나 같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쳤지만, 큰 상처만 남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독립성·공정성 논란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길이 우 의장의 중재안이다. 아직 키는 정부·여당이 쥐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이 이뤄졌다’는 명분은 우 의장 말마따나 “무책임한 태도”다. 정부·여당이 이사진 선임 절차를 멈춘다면, 거대 야당도 입법 강행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 다음은 정치의 복원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와 언론계, 학계 등이 한 데 모여 공영방송이 진정한 독립·공정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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