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죽으면 소방청이든 언론이든 일단 영웅부터 만들어요.”(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김종태 사무총장)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최초 기획 방향은 지난 1월 발생한 경북 문경공장 화재 50일을 맞아 순직 소방관들의 생전 모습과 영웅적인 면모를 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어쩌면 이들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인재’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쌓여갔습니다.
기획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 건 소방청이 지난 3월 순직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일부 소방 대응의 문제점이 적혀있었지만,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방수 개시 등 현장 활동 정보 공유 미흡’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했습니다. 소방청에 ‘조사 보고서’ 원본을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 대상 정보”였습니다. 최근 10년간 화재진압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특진과 훈장을 추서 받고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됩니다. 숭고한 죽음에 대한 예우입니다. 하지만 소방청은 이들을 ‘영웅’으로 예우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객관적 사실은 감추고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순직사고 조사에 참여한 위원들과 접촉해 보고서 조각들을 힘들게 모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7건의 순직사고 보고서에는 우리가 알던 영웅은 없었습니다. 고장 난 시스템으로 인해 희생된 소방관들만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소방청은 순직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고장 난 시스템에 의해 더는 우리의 영웅이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묻고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재 기자 특성상 장기간 취재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불평·불만 없이 메워주시며 끊임없이 격려해주신 전국사회부 선후배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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