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기협 "회원사들, 최저임금 150% 기준 지켜라"
[사문화됐던 회원사 자격 기준 부활]
지역협회 차원 첫 저임금 공론화
처우기준 못 지키면 제명도 가능
각 회원사 협조 이끌어낼지 관심
광주전남기자협회가 회원사 기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회원사 자격으로 그동안 사문화된 임금 기준 조항을 다시 엄격히 적용하기로 한 건데 사측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기협은 11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18개 회원사에 협회 가입자격 기준을 준수해 달라는 공문을 조만간 보내기로 의결했다. 광주전남기협 규약에 따라 회원사가 되려면 “회원의 초임이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월 환산액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 740원이다. 광주전남기협에 소속되려면 1년 차 기자 월 급여로 최소한 300만원은 보장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기자협회 산하 시도협회는 지역마다 회원사 가입 규정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임금 기준 조항은 그동안 사문화돼 있었다. 이미 회원사로 가입한 언론사들을 비롯해 지역 매체들의 급여가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임금이 저연차 기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접대나 비위를 묵인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졌고 협회가 처우 개선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운영위에서 이뤄졌다.
광주전남기협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광주·전남 언론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76명 중 절반에 가까운 84명이 기자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낮은 임금이 50.3%로 가장 컸고 업무과다(16.8%)와 불투명한 미래(15.1%)가 뒤를 이었다. 전남 지역 중견 A 기자는 “급여가 대개 월 200만원 초반에 몰려 있고 10년 차여도 300만원을 못 넘기기도 한다”며 “낮은 급여 때문에 보상 심리가 생겨 출입처에서 받는 접대를 기자들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고 지역 사정을 전했다.
광주전남기협은 매해 1월 회원사가 가입 조건을 유지하는지 재평가할 계획이다. 가장 낮은 연차인 기자의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받아 심의하는 방식이다. 임금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규약에 따라 3개월 동안 소명할 수 있고, 이후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자격을 정지하거나 제명할 수 있다.
기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광주 지역 저연차 B 기자는 “앞으로 임금이 오른다는 얘기가 최근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선배들도 자주 얘기해주고 있다”며 “저임금이 개선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광주전남기협과 각 지회가 사측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조건을 준수해 달라는 공문이 발송되면 지회가 회원사 자격 유지를 위해 사측과 협상해야 한다. 기협 소속 언론사는 공신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출입기자단 등록이나 지방자치단체 광고 수주 때 유리할 수 있다.
협회원들은 임금협상 때 노조와 협력하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다. 전남 지역 A 기자는 “아래 연차 급여를 올리면 위로도 인상해야 할 텐데 사측이 기자들에게 일을 더 시키거나 신규 채용을 안 할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의견을 보였다.
류성호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제대로 된 처우가 보장되지 않고서 현장에서 떳떳하게 취재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언론이 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저임금으로 기자들이 그만두고 직장은 더 황폐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협회의 이번 결정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이미 명문화돼 있는 규정을 실제로 집행하겠다는 뜻”이라며 “회사마다 사정과 대응이 다를 텐데 협회라는 자율기구에 소속될지 각자 선택과 숙제의 몫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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