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이주현 뉴스총괄이 후임으로 지명됐다. 최우성 사장은 전통적 독자층 이탈에도 한겨레가 중심을 잡고 종이신문사에서 디지털미디어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최 사장은 9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많은 분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오랜 시간에 걸친 고민 끝에 이주현 뉴스룸국 뉴스총괄을 차기 뉴스룸국장으로 지명한다”며 “사규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속히 동의투표 절차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997년 한겨레에 입사한 이 총괄은 2021년 8월부터 부국장직인 이슈부문장, 지난해 3월부터는 뉴스총괄로 일했다. 한겨레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지명 일주일 뒤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표에 앞서 소견 발표와 토론회를 거칠 수 있다. 투표에서 구성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임명된다.
최 사장은 “강력하고 권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동물성’ 리더십만이 유일한 해답인 시대는 아니”라며 “동의와 설득, 공감과 실천을 통해 역량을 총결집하면서도 분명한 원칙과 방향 아래 규율과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생동감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한겨레가 보도 방향에 대한 외부의 압력에도 중심을 지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사장은 “한겨레의 논조, 특히 정치,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실망했다는 전통적 독자층 이탈이 뚜렷하다”며 “이런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한국 사회 공론장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게 피할 수 없는 혹독한 과제”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종이신문사에서 ‘신문도 발행하는’ 디지털미디어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대여정의 바통을 이어받은 뉴스룸국장의 핵심과제는 명확”하다며 디지털 전환도 주문했다. 한겨레는 10월 토요판 신문을 없애고 주 5일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4일 박현 뉴스룸국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9월 내부 구성원들의 중간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뉴스룸국장은 1년 반이 지나는 시점에 중간평가를 거쳐 절반이 넘는 동의를 얻으면 최장 3년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최 사장은 박 국장이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누적된 데다 국회의원 선거와 22대 국회 개원 등 굵직굵직한 일정이 일단락됐고 주 5일 발행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중요한 과제를 앞둔 이 시점이 여러모로 변화의 동력을 더욱 극대화할 최적기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한겨레 노동조합은 한겨레 보도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노조는 5월 노보를 내고 한겨레 보도가 차별적이지 않고 위상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구성원 104명을 상대로 최근 1년 사이 보도를 평가해 달라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9명이 기억에 남는 보도가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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