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뉴스핌·이데일리 소속 기자 3명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언론계 전반에 여전히 짙게 드리운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박약한 성인지 감수성의 일단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2017년 기자 4명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 2019년 기자 오픈채팅방 성희롱 사건 등 가까운 과거의 비슷한 사건과 비교적 덜 알려진 크고 작은 사례들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일부 기자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그 행위의 양태가 갈수록 저질스러워지고 무차별해진다는 점에서 언론계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예고된 참사”로 규정한 건 그래서 타당하다.
우리 공동체의 최일선에서 양성 불평등과 다양한 유형의 성(性) 문제를 시비하고 고발하는 기자들이 이런 사건의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은 언론에 대한, 가뜩이나 빈약해질 대로 빈약해진 신뢰를 갉아먹기에 충분하다. 언론계 전반이 이번 사건을 곱씹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한 태도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그 시작은 문제가 된 기자 또는 소속 매체가 직간접 피해자인 여기자들 및 여성 정치인, 언론계 등을 향해 더욱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과의 뜻을 표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 참가 29개팀 선수 340명을 포함한 관련인들 및 관련 단체의 요구에 화답하는 최소한의 조처다. 가해 기자들에 대한 인사조치 결과 설명에 ‘죄송하다’는 한 마디를 덧붙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나아가 기자들의 성윤리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 또는 재구축에 관계기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9일 이사회를 열어 기자 3명에 대해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회원 자격 박탈은 물론 추후 재가입도 할 수 없는 최고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징계로 끝나선 안 된다. 기자협회 윤리위원회가 별도 입장문을 내어 “2017년 이후 기자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계의 전체적인 자성도 뒤따라야 한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 같은 폭력은 언제든 자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한국기자협회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관련 제도를 가다듬는 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여타의 기구와 협력해 기자 직군의 특수성을 감안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또한 적절한 수준의 구속력을 지닌 성윤리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 구체성과 입체성이 떨어지는 정부 주도의 ‘직장 내 성희롱’ 법정 의무교육 정도로는 우리 사회 곳곳과의 접촉면이 유달리 넓고 관계성이 복잡한 기자 집단의 성윤리 의식을 함양시키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가해 기자 소속 매체 및 관계기구가 어떤 양상으로 대응해왔는지, 그 대응이 납득할 만했는지 등을 검토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권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 기자가 누구라더라, 그 기자의 소속 매체가 어떤 징계를 내렸다더라 하는 식의 뻔한 담화가 나도는 선에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된다면 비슷한 불상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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