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발제는 폭염과 장맛비 속 외려 힘을 잃는다

[이슈 인사이드 | 환경]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6월 날씨와 장마철 초입부터 많은 비는 본격적인 여름철 시작을 알렸다.


제주에 6월 중순으로는 처음으로 하루 220㎜가 넘는 장맛비가 내리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1994년과 2018년 ‘극악의 폭염’과 2022년, 서울에 하루 380㎜ 내렸던 ‘물폭탄’이 동시에 습격하는 양상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여름 인도는 최고기온 50도, 중국과 태국은 40도를 넘겼다. 태국 방콕의 체감온도는 50도를 넘겼다. 브라질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은 홍수로 도시가 잠겼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기후변화 영향임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여름철, 대부분 언론사 기자들은 현장 중심 기사에 주력한다. 오전에 얼마큼 비가 내렸고, 오후엔 체감온도가 어느 정도 올랐는지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물론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기온과 체감온도 상승은 온열 질환자 발생 가능성이나 전력 사용량 관리 등 안보부터 경제까지 엮여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그러나 현장 대응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이다. 당장 날씨 보도에만 천착해서, 기후 문제 인식이나 분석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시기가 지나고, 날이 좋을 때 ‘이제 왜 그랬는지 한번 되돌아보자’는 식은 어렵다. 그 ‘날씨 좋은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상청과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21세기 말인 2070~2090년, 한국의 여름철은 1년의 절반가량인 166일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40~2060년만 돼도 여름철은 146일까지 길어진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지구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63도 높았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합의된 기온 상승 폭 제한 기준(1.5도)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온난화를 가속한 요인이 엘니뇨로, 올 여름철 중립 또는 라니냐 전환 시 기온 상승 폭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기대감에 인류의 미래를 걸 수는 없다. ‘로또’를 사고서 ‘이제 해결될 것’이라며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일시적인 해결책이나 단순한 기대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후변화 관련한 학술회나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보면 여름철에는 취재 기자 숫자가 확연히 줄어든다. 방송기자는 폭우가 내리거나 무더위가 덮친 재난 현장으로, 취재기자는 (강수량 증감이나 기온 상승 등을 확인을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긴급한 상황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 시기(여름)만 되면 기후 보도 우선순위에서 연구나 산업 등 심층 보도와 논의는 순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걸로 느껴진다. 기획기사를 열심히 쓰던 한 기후 전문기자는 “여름철에는 기후 기사가 순서에서 밀린다. 폭우·폭염 기사 말미에 ‘기후변화 영향에 몸살을 앓는 것’이라는 한 문장을 넣는 게 유일한 전문 보도”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보도는, 연구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 중심의 보도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지속성 있는 심층 보도를 할 수 있도록 언론 내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현장의 급박함 속에서도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과 장기적 해결책에 대한 보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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