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이어진 MBC의 보도가 허위라는 1심 판결에 대해 애초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할 자격이 없었다는 학술논문이 나왔다.
15일 발간된 한국언론정보학회보(통권 125호)에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비평한 논문 <정정보도청구 사건에서의 개별적 연관성 판단기준-소위 ‘바이든·날리면’ 사건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이예찬, 한양대 박사과정)>가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외교부는 2022년 9월22일 MBC가 보도 대상으로 삼지 않은 제삼자로, 1986년 대법원의 ‘개별적 연관성’ 법리에 따라 소송을 낼 당사자가 되기 어렵다. 피해 주장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보도 내용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연관돼야 하는데, 당시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비속어 발언을 전했을 뿐 외교부나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직무수행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관련 없는 사람들의 소송 남발을 막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적격을 엄격하게 따진다. 2022년 언론중재위원회가 기각한 조정사건 450건 중 75%에 이르는 337건이 개별적 연관성이 없었을 만큼 피해 당사자 자격은 정정보도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MBC의 허위 보도로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외교부도 당사자라고 판단했다. 논문은 대표자를 대신해 소속 기관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낼 수 없다는 여러 하급심 판례를 제시해 법원 판단을 비판했다.
실제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기각하며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언론을 위축시키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해 앞서 중앙일보는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목적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논문은 또 해임건의안은 “정무적 책임을 부과하는 차원”이었을 뿐이고 “외교부가 행사를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을 막을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며 대통령의 언동은 외교부 직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1996년 대법원은 보도의 영향으로 그 이후에 전개된 일까지 앞선 보도와 개별적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례를 세우기도 했다.
외교부의 소송 자격에 학계 비판은 미진했다. MBC가 문제를 제기했었지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알 수 없지만 허위’라고 단정한 1심 논리에 비판이 집중돼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MBC가 항소한 가운데 2심 변론은 다음 달 19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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