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공영방송 새 이사진 선임 딜레마

野 "방송3법 입법 후 논의" 압박
일각, 김홍일 위원장 탄핵 거론

  • 페이스북
  • 트위치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에 착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3법’ 7월 통과에 속도를 내면서 방통위에 새 이사진 공모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이 지명한 2명만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 만큼 공영방송 이사 공모 등도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이어질 수 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회 임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2인 체제’ 방통위가 이사 공모 절차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1월24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사진 개편 시기가 가장 임박한 곳은 오는 8월12일 임기가 만료되는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다. 이어 8월31일 KBS 이사회가, 9월14일 EBS 이사회 임기가 종료된다. 2018년, 2021년 공모가 진행됐던 전례를 보면 이들 공영방송 3사 이사 임명·추천권을 가진 방통위는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다음 7월 초 방문진·KBS 이사, 8월 초 EBS 이사 순으로 공모 절차를 밟아왔다.


그간 여러 차례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하고 그에 따른 보궐이사 임명을 해왔지만, 이대로 방통위가 이사 공모에 들어간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전면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 속에도 그동안 방통위는 관행상 여야 7대4(KBS), 6대3(방문진·EBS)의 구성으로 이사를 선임·추천해왔다. 이렇게 뽑힌 KBS·방문진 이사들은 각 방송사의 사장 임명·해임(제청) 권한을 가진다. 특히 현재 야권 추천 이사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방문진의 경우 여권 우위로 재편되면 안형준 MBC 사장 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탄핵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방통위의 공영방송 3사 이사진 개편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가 주요 의결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최근 발의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입법된 후에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홍일 위원장이 탄핵당하면 방통위 운영은 사실상 ‘올 스톱’ 상황이 된다.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꺼내든 건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과 이사 인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3법이 통과되기 이전 공영방송 이사진이 친여 성향으로 개편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시각이 뒤따른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5월30일 방송3법 입법 재추진 기자회견에서 “8월12일 방문진 이사진 임기가 종료되는데 방통위가 그 시기를 앞당겨 새로운 방문진 이사 공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방송3법을 입법하면 새로운 절차에 따라 이사진을 구성해야 만큼 이사진을 앞당겨 구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만일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사진 선임을 강행할 경우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탄핵 사유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날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관련 입장문을 내어 “국회 원 구성이 7월에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원 구성 전에 꼼수공모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2인 체제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구성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위법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반발 속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민주당이 7월 안에 방송3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법안 공포·시행 여부나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공석인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 임명도 감감무소식이라 방통위 2인 체제도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 관련법 상 임기가 만료된 이사라도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나와 있어 이사 공모를 미룰수 있는 근거가 있긴 하다. 하지만 2021년 6월 이사회 임기 만료가 임박했던 당시에도 국회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입법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착수한 바 있다.


만일 여러 반발에도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한다면 방송3법 처리에 따라 곧바로 이사를 새롭게 선임해야 해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발의된 여러 방송3법 개정안 중엔 부칙으로 ‘종전 규정에 따라 임명된 이사 및 사장의 임기는 법 시행과 동시에 종료된다’(이훈기 의원 대표발의),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민정, 최민희 의원 대표 발의)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두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공모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