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전환을 눈앞에 뒀던 미디어플랫폼 얼룩소(alookso: a look at society)가 사용자 보상을 중단하고 경영상 어려움으로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미디어 공론장 실험을 이어온 지 3년 만이다. 얼룩소는 문제를 진단해 실험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얼룩소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자 보상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이달 안에 보상액을 모두 빼가지 않으면 금액이 사라진다고 안내했다. 동시에 직원 3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얼룩소는 미디어 스타트업 가운데 큰 규모로 관심을 받았다. 주요 언론사 중견 기자들이 유망한 기업으로 기대하고 이직하면서 한때 직원이 40명 가까이 늘기도 했다. 천관율 전 시사IN 기자는 총괄에디터로 얼룩소에 남는다.
얼룩소는 4월쯤 회원가입 유료화로 본격적인 수익 사업화를 앞두고 있었다. 계획은 지연됐고 현재는 사업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추가적인 투자가 없으면 회사 운영이 어려운 점은 사실이지만 아예 문을 닫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 보상 자체가 애초 한계가 있는 사업 방식이었는지 아니면 보상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문제가 있었을 뿐인지 점검하고 있다.
얼룩소는 사회 현안 가운데 주제를 선정하고 일반 이용자 누구든 글을 써 다른 이용자 3명 이상에게 추천을 받으면 1만원씩 지급했다. 얼룩소 에디터들에게 좋은 글로 선정되면 20만원이 주어졌다. 최근에는 ‘소셜인터뷰’를 시작하고 좋은 질문에 3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을 주기도 했다.
이용자 보상은 2021년 9월 얼룩소가 시작할 때부터 도입했다. 이용자 참여 생태계로 지속가능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확증편향을 키우는 다른 인터넷 공간과 달리 보상으로 참여를 이끌어 내면 다양한 관점을 공존시키고 건전한 토론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이용자를 끌어모아 영업하는 플랫폼 기업이 좋은 글에는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는 철학도 바탕에 있었다.
보상은 주간 단위로 이뤄졌는데 매주 수천만원이 지출됐다. 하지만 수익원은 마땅치 않았다. 얼룩소는 이용자들의 참여로 만든 짧은 전자책인 ‘에어북’을 판매해 일부 수익을 냈지만 운영 비용을 보전하지는 못했다. 전통 미디어의 수익 전략을 지양하면서 광고 영업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단일 투자자로 자금을 대고 있다.
이용자들은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보상 중단에 항의했다. 한 이용자는 “보상은 철저히 '실험'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실험이 종료됐다면 그 결과는 공유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실험은 얼룩소 혼자가 아니라 참여가 있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지연 대표는 기자협회보에 실험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참여라는 얼룩소 본연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본질적 실험에 집중하려 한다”며 “실험 방식은 바뀔 수 있어도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룩소는 그간 실험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다음 달쯤 새로운 사업 구상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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