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공영방송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에 지원되는 시예산이 6월1일자로 끊기면서 TBS가 폐국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간 약 350억원의 서울시 출연금이 전체 운영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TBS로선 당장 내달부터 직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기자 직군을 비롯한 TBS 구성원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하루하루 맡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 “폐국만은 막아달라”는 게 이들의 간절한 외침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는 ‘네 탓’을 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과반을 넘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지원 폐지 조례로 TBS를 존폐 기로에 서게 한 뒤, 한 차례 조례 시행을 연장하긴 했으나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면서 폐국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TBS 정상화에 소극적이었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서울시가 지난달 26일 발의한 ‘TBS 설립 폐지에 대한 조례 개정안’이 “늦었다”고 비판한다. 이 조례안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 폐지 시한을 기존 6월1일에서 9월1일부터로 3개월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말 열린 시의회 임시회기 시작 15일 전까지 조례안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이미 서울시 요청으로 올해 1월1일에서 6월1일로 한 차례 지원 폐지 시한을 연기했다는 점도 시의회 국민의힘이 문제 삼는 부분이다. 아울러 시의회는 TBS를 향해 “그동안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뭘 했나”라고 묻는다. 시의회가 지원 폐지 조례안을 의결한 게 2022년 11월인데, 그간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은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시가 지원 폐지 시한을 늦추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늦게 낸 건 질책할 사유다. 하지만 30년 넘게 시민의 곁을 지켜온 공영방송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 이유로는 충분치 않다. TBS가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상업광고가 제한되고, 변변한 수익사업이 없는 TBS가 서울시 지원을 계속 받거나 기업 등에 매각돼 민영방송으로 바뀌지 않는 한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지적대로 TBS가 과거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대표되는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과 편 가르기식 보도로 물의를 빚은 점은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떠났고, 문제의 프로그램은 모두 폐지됐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도 모두 교체됐다. 우리는 묻고 싶다. 혹 시의회가 강조하는 자구책이 반대 진영으로의 편향적 보도를 주문하는 건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명쾌한 답이 없는 문제의 해법만 요구할 게 아니라 일단 시간을 갖고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서울시의회가 이달 안에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시가 발의한 조례 개정안을 처리하는 게 유일한 출구전략이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3개월 후의 모든 책임은 서울시와 TBS가 져야 한다. 해당 조례안이 내달 1일 자동 폐기되면 같은 달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시의회 정기회기에서 논의할 수 없다. 이 경우 최소 한 달 이상 TBS의 남은 직원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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