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2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한 ‘교제살인’ 사건 보도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피의자가 ‘수능 만점 출신’임을 적극 부각하거나 ‘경동맥 찔렀다’는 선정적 표현을 제목에 사용, 사안을 관심거리로 소비시키고 2차 피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5월6일 발생한 사건은 하루 뒤 오전 <강남 한복판 건물 옥상서 여자친구 살해...20대 남성 긴급체포>(한국일보) 등 보도로 시작됐다. 전형적인 ‘교제살인’으로 보이는 사건에 이후 20대 남성이 ‘의대생’이란 사실이 더해진다. 5월7일 KBS의 <[단독] 여자친구 살해 20대…수능만점 의대 재학생> 보도 등 후엔 ‘수능 만점’ 정보도 추가됐다. 이후 <강남역 여친 살해범은 ‘수능만점 의대생’>(매일경제) 보도를 비롯해 중앙일보, 매일신문, 조선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 서울신문, 디지털타임스, 시사저널, 뉴스1, 아시아경제, 문화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등 기사 제목에 이 단어들이 포함됐다.
생명을 다룰 이가 피의자가 된 점에서 ‘의대생’ 언급이 불가피했을 순 있다. 하지만 ‘수능 만점 출신’을 강조하고 제목에서 부각한 행태는 ‘2021년 의대생 한강 사고사’, 올해 ‘의대 정원확대’ 등과 맞물려 주 목적이 ‘클릭유발’ 아닌지 의심케 한다. 해당 정보를 기사 본문에만 담은 언론과도 비교되는 지점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 사건의 원인과 결과 등에 ‘수능 만점’ 수식이 어떤 관련 있는지, 재발방지에 필요한 정보인지 의문”이라며 “이 표현은 사람들이 (피의자 신상을) 찾게 하는 기제로 작동했고, 결국 피해자와 유족이 노출됐는데, 이건 언론이 끼친 폐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보도가 감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고 덧붙였다.
<[단독] ‘수능 만점’ 의대생, 여친 경동맥 찔렀다…계획범죄 정황>(중앙일보), <‘여친 살해’ 의대생, 경동맥 지나는 목만 20여차례 찔렀다>(한국경제) 등처럼 살해방식을 자극적으로 제목에 담은 사례도 있다. 계획‧범행의도 여부를 부각하려 했다 해도 이는 선정적인 방식이고 유족에게 2차 피해를 줄 여지도 크다. 심지어 헬스조선은 <여친 살해 의대생, 목 ‘경동맥’ 찔렀다는데…왜 그 부위 노렸나?> 보도를 내놨다. 신문윤리실천요강의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란 내용에 위배소지가 높은 경우다.
별개로 <살인으로 이어진 교제 폭력 “가해자가 ‘의대생’인 게 중요한가”>(일요신문), <살인사건 피의자가 명문대 ‘의대생’이면 생기는 일>(뉴스1), <“교제살인 가해자는 평범한...” 젠더폭력 심각성 가리는 언론>(한겨레), <‘의대생 살인’ 아닌 빈번하게 일어나는 ‘전형적 교제살인’>(경향신문) 등 보도는 이런 흐름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사례다. 언론계 자성적 시도이자 사건의 본질, 이면에 주목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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