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냥이' 챌린지 열풍에 기자가 춤을 춥니다

'꽁냥이' 리포트 주인공 이시열 MBN 기자
"3년 전 보도 폭발적 관심에 얼떨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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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유명 연예인들의 챌린지 소재가 되며 큰 인기를 얻은 ‘꽁냥이’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꽁냥이는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의 줄임말로, 원래는 방송 리포트의 한 문장이었지만 누리꾼들이 기자 음성에 음악을 더하고 안무를 제작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꽁냥이' 챌린지. 츄(왼쪽부터), 펭수, 선미 등 유명 연예인과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

이 음성의 주인공은 이시열 MBN 기자. 이시열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얼떨떨하다”며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니 신기하고, 또 관심을 너무 많이 받으니 살짝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것도 아니고 거의 3년이 돼가는 보도인데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떴지’ 하는 의문이 진짜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꽁냥이 리포트는 그의 말처럼 무려 3년 전인 2021년 12월 보도됐다. 그해 입사해 사회부에서 일했던 이 기자는 당시 수도권의 한파 상황을 보도했는데, 한강물이 얼어붙었다는 내용을 전하던 중 해당 문장을 썼다. 이 기자는 “보도 직후에도 인터넷에서 관련 문구가 재미있다는 얘기가 반짝 뜨긴 했지만 곧장 사그라들었다”며 “올해 초엔가 유튜브에서 이상한 편집으로 돌아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냥 재미있게 봤는데, 갑자기 4월에 폭발적으로 유행이 됐다”고 전했다.

꽁냥이 밈은 이 기자가 네이버 기자 페이지의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관련 내용으로 변경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네이버 프로필을 캡처한 글이 또 한 번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것이다. 이 기자는 “주말 밤이었던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바꿔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며 “처음에는 고양이 사진만 바꾸려고 했는데 문구도 그냥 꽁냥이로 바꿨다. 프로필 바꿨다고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것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의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바꾼 이시열 MBN 기자.

꽁냥이 밈과 챌린지가 화제가 되면서 이 기자는 MBN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보도국에서 챌린지 영상을 틀어놓고 함께 보는가 하면 아예 이 열풍을 리포트로 제작해 22일 ‘뉴스7’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해당 보도에서 화제가 된 소감을 전하며 당시 영상을 찍은 이동학 영상기자와 함께 직접 챌린지 춤을 췄다.

이 기자는 “SNS를 하시는 분들이나 자녀를 통해 해당 챌린지를 알았던 분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해주셨다”며 “보도국에서 꽁냥이 챌린지를 큰 소리로 틀어놓고 다 같이 본 적도 있다. 굉장히 민망했다(웃음)”고 전했다.

이시열 MBN 기자(오른쪽)는 22일 MBN '뉴스7'에 출연해 이동학 영상기자(왼쪽)와 함께 직접 챌린지 춤을 췄다.

이렇게 화제가 됐지만 다행히 취재 현장에선 아직 그를 알아보진 못한다. 이 기자는 “취재할 땐 저를 못 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좀 있다”며 “사회부는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괜히 제가 밈의 당사자인 걸 알면 그 시각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취재할 땐 또 제 본분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꽁냥이 이전에도 인터넷 상에서 보도의 일부가 밈이 되며 화제가 된 기자들은 여럿 있었다. 지난 2011년 차량담보 대출의 위험성을 지적하던 중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라고 말했던 양윤경 MBC 기자는 이후 ‘도둑 기자’, ‘괴도 기자’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밈이 된 바 있고, 2010년 수도권에 내린 폭설을 3시간이 넘도록 맞으며 ‘대기’한 박대기 기자 역시 전설적인 밈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양윤경 MBC 기자는 지난 2011년 차량담보 대출의 위험성을 지적하던 중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라고 말했다가 ‘도둑 기자’, ‘괴도 기자’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밈이 된 바 있다.

이 기자는 “뉴스가 밈이 되고 챌린지가 되는 상황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며 “최근엔 사람들이 유튜브나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을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믿는 경향이 있지 않나. 뉴스가 옛날보다는 사람들에게 소구력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뉴스가 너무 딱딱하고 건조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도 제가 의도한 게 아니듯 이런 상황을 의도해서 만들어낼 순 없을 것 같다”며 “프로필 사진을 바꾼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노력이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면 뉴스가 좀 덜 딱딱해질 수 있는지, 최근 트렌드에 맞춰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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