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사 소유제한 등을 위반한 기업에 줄줄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미 수차례 시정명령을 받고도 위반사항을 해소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금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어서 실효성은 미지수다. 해당 기업들은 시정명령 이행보다는 방통위가 추진 중인 소유제한 완화 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이날 방통위 승인을 얻지 않은 채 대구MBC 지분 32.5%를 보유 중인 ㈜마금에 주식 일부를 처분토록 하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방통위가 마금에 시정명령을 내린 건 2020년 6월과 2022년 4월, 그리고 지난해 2월에 이어 네 번째다.
마금은 2019년 12월 대구MBC 주식을 30% 이상 취득하고 이듬해 1월 방송법상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자’로 방통위에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했으나, 투기 목적 등이 의심된다며 방통위가 의결을 보류했고, 마금은 변경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4년간 세 차례나 방통위가 승인되지 않은 지분의 처분을 명령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마금 측은 잠재적 인수자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매수에 나서는 곳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비상장주식에 2대 주주로서 경영권 등이 보장되지 않고(최대주주는 MBC 본사) 주식 취득 및 처분도 자유롭지 않아 인수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앞서 관계기관 고발 조치까지 경고했던 방통위는 마금에 다시 6개월의 시간을 줬다.
울산방송 대주주인 ㈜삼라도 이날 네 번째 시정명령을 받았다. 모그룹(SM)이 자산총액 10조원을 넘는 대기업에 지정되면서 삼라는 지상파 주식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는 방송법 제8조제3항에 따라 2021년 7월부터 2022년 4월, 2023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부과받았으나 여전히 울산방송 지분 30%를 보유 중이다.
울산방송 역시 방통위에 적정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방통위가 대기업 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정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소유제한 완화를 추진 중이란 점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방송 노조도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고용 불안과 소유규제 개선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시정명령을 유예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같은 SM그룹 계열사인 경남기업도 이날 지상파 소유제한 위반으로 3차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YTN DMB 주식 17.26%를 소유한 경남기업은 앞서 두 번의 시정명령을 받고도 여전히 변동 없이 지분을 유지 중이다. 경남기업 측은 DMB 시장 환경 악화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방통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위반사항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점과 방송법 개정 논의 등을 고려해 고발조치 보다는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법령 위반에 대해 행정처분이 불가피하지만, 각계 의견을 잘 들어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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