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위 '윤 대통령 장모 가석방' MBC 보도 중징계
'정부'가 '추진' 표현 문제 '관계자 징계'
도이치모터스 김건희 여사 23억 수익 논평에 '경고'
선거 무관한 심의에 반발, 설전도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3·1절 가석방이 추진된다는 MBC 보도에 중징계를 의결했다.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23억원의 수익을 봤다는 MBC 라디오 방송도 제재됐다. MBC는 선거와 상관없는 방송을 무더기로 심의에 올린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정정보도 다투던 보도에 '관계자 징계'
선방위는 18일 제15차 회의를 열고 2월5일과 6일, 22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당시 MBC는 ‘정부’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가석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MBC 보도에 법무부는 최씨를 가석방 예비명단에 올린 건 정부가 아닌 ‘동부구치소’이고, 구치소가 보고한 명단은 잔여 형기를 기준으로 의무적, 기계적으로 선정된 것일 뿐 정식 추진 절차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MBC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15일 조정이 최종 성립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349억원 가량 통장잔고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는 7월에 출소한다.
김건희 여사 모녀 23억원 논평에도 '경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가 23억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내용을 논평한 1월26일자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도 법정제재 ‘경고’가 의결됐다. 검찰이 부당수익 내용을 종합의견서에 담아 법원에 제출하긴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방송도 허위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앞서 16일에 같은 내용을 전한 YTN에 ‘경고’를 결정했다. 방심위에서는 문재완 위원이 “기소 자체가 김건희 여사 모녀에 대한 것이 아니고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없었던 것”이라며 의결을 보류하자고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거 무관 보도 무더기 심의···"언론탄압"
의견진술에 나온 박범수 MBC 취재센터장은 “오늘 선방위에 올라온 안건이 20건이 넘는다. 약 17건 정도가 선거와 과연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방위가 역할을 분담해 MBC에 대한 징계를 확대하기 위해 중복심의, 과다심의를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MBC를 상대로 한 표적심의,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에 대한 보도와 함께 YTN 민영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1심 판결,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제재 등 선거와 관련 없는 보도가 무더기로 심의에 올라 제재 근거가 됐다.
"교활하게 보도"···의견진술자와 설전
심의위원들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센터장이 정부, 여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충분히 비판하고 있다고 하자 김문환 위원은 “‘비명횡사·친명횡재’ 그건 정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이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고 답했지만 김 위원은 “동의하지 않는 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비명횡사는 사실이) 맞잖아요”라며 따졌고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논쟁을 삼가라며 백선기 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백 위원장은 박 센터장에게 “귀를 열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어떤가”라며 MBC 보도는 "제가 현역(학계)에 있었으면 1차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고, 손형기 위원은 MBC의 대통령 장모 리포트에 대해 “교활하게”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최철호 위원은 의견진술에 나온 CBS 유창수 제작1부장에게 “진술서가 도전적”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 다 유 부장 대선배들”이라고 말했다. 또 “받아들이면 좋지 않겠느냐 당부한다. 제 말씀에 반발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CBS에는 이날 ‘경고’가 의결됐다. CBS는 1월31일자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연자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벌써 9번째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고 말해 대통령을 조롱했다며 제재를 받았다. 유창수 부장은 “대통령이 풍자는 당연한 권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정도 평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제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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