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언론 관련 공약을 내지 않았다. 여야가 뒤바뀌었던 4년 전 21대 총선 때와 정반대 모양새다. 양대 정당이 번갈아 가며 지배구조 문제에 몰두하지 말고 이들 기관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총선 정책 공약집을 발표했다. ‘정치심의’로 논란이 계속된 방심위 위원 구성을 개편하고 정치적 인물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준으로 위원의 자격요건을 더 엄격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의적 기준으로 문제가 된 ‘공정성’ 심의 근거는 전면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위원 구성은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의견이 달라 정당의 통일된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다. 모두 9명인 방심위원은 대통령과 집권당이 추천하는 여권 위원 6명, 야권 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심의는 다수결로 의결하기 때문에 수적 우위인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18일 정책 공약집을 발표했다. 언론 분야 공약은 내지 않았다. 하지만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 때는 방심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편파방송이 많은데도 방심위가 법정제재는 하지 않고 기각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야당이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관련 공약을 내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편이 근본적인 정책이 되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방심위원을 맡았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방심위는 위원으로 갈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 ‘위인설관’ 구조에 가까워 양당이 이를 포기하고 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다고 지적했다.
2021년 12월 여권 이상휘 전 위원은 위촉 4개월 만에 사퇴한 직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가기도 했다. 이 전 위원은 이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심 교수는 애초 정권이 방심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처럼 승인된 자율규제기관이 심의를 맡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때만 행정기관이 이를 보완하는 ‘공동규제’ 방식으로 방심위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위원장이 돼야 한다거나 공정성 심의를 없애야 할지 등 논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내려놓는 문제에 비하면 본질을 벗어난 문제라는 것이다.
공영방송 관련 공약도 여야 입장에 따라 뒤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언론노조가 지난달 18일부터 전국의 주요 정당 시도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낸 결과 민주당 부산·울산시당, 경남도당과 후보들이 방송3법을 22대 국회에서 재입법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사장 추천에 시민이 참여하게 한 방송3법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통과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답변 제출 시한을 하루 넘긴 2일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중앙당 차원의 공약도 없었다. 반대로 4년 전에는 민주당이 공영방송 공약을 내지 않았고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여야 동률에 가깝게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지배구조가 분권적이어야 하는 것은 필수 전제”라면서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편집권을 침해하고 편성규약을 위반하면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조항 등을 방송3법에 추가해야 한다. 공영방송 장악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줄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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