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선 ‘제철 회’를 먹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건 그냥 불문율이고 습관 같은 겁니다. 저는 3월이 가기 전까지 부지런히 먹어야 하는 ‘제철 회’ 가운데 청어회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먹고, 또 최근 한 달간 얼추 일고여덟 번은 먹었을 정도로 제가 이번 겨울에 가장 즐겨 먹은 음식이기 때문이죠.
간판마저 ‘양조장:해물의 모든 것’이라고 달아 놓은 자신감 넘치는 곳. 강릉시 홍제동에 있습니다. 사장님의 그 자신감 때문인지 사실은 어떤 안주든 다 맛있는 양조장에 갈 때마다 사장님께 다소곳이 “오늘은 뭘 먹으면 좋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달 동안엔 “응. 청어회 먹어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먹고 또 먹으면서 열심히 동료들에게 ‘청어회무침’이 얼마나 맛있는지 퍼뜨리는 바람에 늘 같이 가자는 사람들이 많고, 또 같이 가면 청어회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어회 얘기를 꺼내면 아직 맛보지 못한 분들은 대부분 “그 가시 많은 걸 어떻게 회로 먹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구구절절 설명하죠. “청어를 비롯해 꽁치, 멸치 등은 모두 열을 가하면 가시가 생기지만 회로 먹으면 가시가 없어요”라고. 가시는커녕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오히려 익혀 먹을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아! 구구절절 써내려 오긴 했지만, 가뜩이나 자리가 많지 않아 간혹 웨이팅이 있는 양조장이 더 자리 잡기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괜히 동네 주당들께 미안해집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양조장을 찾아갔는데 청어철이 끝나 청어회무침을 맛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하얗게 쪄서 양념간장을 찍어 먹는 명태찜을 비롯해 이 집에서 파는 모든 안주가 다 엄청난 내공과 맛을 자랑하니까요. 맥주로 입가심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인근에 있는 ‘토크쇼’에서 2차로 먹태구이 맛보고 가는 것 잊지 마시고요. 특히, 동해안에 살지 않는 관광객들은 1차 양조장 청어회무침과 명태찜, 2차 토크쇼(홍제동점) 먹태구이에 생맥주를 드셔보시길 꼭 권합니다. 아! 오늘은 청어회무침에 소주 한잔해야겠습니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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