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내린 과징금 결정이 법원에서 모조리 제동이 걸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애초에 무리한 징계였음이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집행정지가 인용됐다고 해서 방심위 처분이 위법한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에 걸쳐 KBS, MBC, JTBC, YTN 등 4개 방송사가 받은 과징금 처분의 효력을 각각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는 2022년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장동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방송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긴급심의를 진행하고 KBS ‘뉴스9’(3000만원), MBC ‘뉴스데스크’(4500만원)·‘PD수첩’(1500만원), JTBC ‘뉴스룸’(2건, 각 2000만원·1000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2000만원) 등 방송 4사 보도 6건에 총액 1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처분을 지난 1월 각 방송사에 통보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방통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각각 달랐지만, 판결의 요지는 같았다.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인해 해당 방송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존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도 있다는 것이었다.
연이은 집행정지 인용에 대해 방통위는 항고 여부를 검토 중인데, 정작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방심위는 덤덤한 분위기다. 류희림 위원장은 25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집행정지만 내려진 거고 실제 본안 소송에서 결과는 두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예정되거나 위원들의 질의가 없었는데도 미리 준비한 것처럼 “(과거에) 집행정지를 했지만, 본안에서는 승소한 경우가 있다”고 사례를 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방심위의 조치가 위법적인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심위 노조는 “심의기관의 심의 결정을 법원이 신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치의 역사”라며 류 위원장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는 초기부터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류 위원장은 청부민원 의혹의 진상과 함께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류 위원장의 ‘허위 조작 녹취록’ 운운에 동조하며 과징금 부과 결정에 동참한 황성욱, 허연회, 김우석 위원 또한 방심위의 공신력을 훼손시킨 공범”이라며 “윤석열 정권하에서 언론 탄압의 선봉장 노릇을 한 류희림, 황성욱, 허연회, 김우석 위원은 법원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대통령 심기경호용 심의를 자행했단 점을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박성동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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