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회사 흥국산업이 경인일보 인수를 앞두고 편집권 독립과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경인일보는 이를 명문화한 상생협약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기윤 흥국산업 회장과 경인일보 노사는 22일 경기도 수원시 경인일보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었다.(관련기사: 경인일보 대주주, 흥국산업으로 바뀌나) 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이 회장은 편집권을 보장하고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편집국장, 권역취재본부장, 노동조합과 기자협회 등 12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지난달 흥국산업에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다. 28일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진이 구성되기 전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다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경인일보는 2013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에 신사옥을 건설하면서 생긴 빚 200억원을 10년 넘게 줄여나갔지만 아직 80억원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경인일보는 성장 여력이 제한돼 기존 경영진이 투자를 논의하던 상황이었다.
건설업계 회사가 신문사를 인수하는 목적에 대해 이 회장은 사회봉사와 기여라고 설명했다. 레미콘 사업 확장에 투자하려 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 경인일보에 자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흥국산업의 인수를 주도한 홍정표 전 경인일보 상무는 사장에 내정됐고 이날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경인일보는 지난 20년 넘게 과점주주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흥국산업의 등장에 내부 구성원들은 저연차 기자부터 간부진까지 우려를 드러냈었다. 흥국산업이 인수배경을 설명하긴 했지만 아직 긴장은 높은 상태다.
경인일보는 이후 편집권 보장과 투자 약속을 명문화하는 상생협약 체결을 제안할 계획이다. 신지영 언론노조 경인일보 지부장은 “지금은 말밖에 없지만 서로 믿어야 하는 상태”라며 “실제로 편집권 독립과 투자가 이뤄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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