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방송 공정성 관련 평가를 강화한다. 사실상 올 연말로 재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MBC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통위는 21일 뒤늦게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3일 국무총리 직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가 내놓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에 담긴 각종 규제 개선안이 그대로 포함된 가운데, 방송과 포털에 대해선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며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방통위는 ‘방송미디어 공공성·공익성 제고’ 방안으로 방송의 공정성 심사평가 강화 등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정성·객관성 위반에 대한 감점을 확대하고 공정성 평가항목을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이미 ‘정치심의’, ‘표적심의’ 논란이 많은 공정성 심의 관련 더 많은 논쟁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재허가 앞둔 MBC에 방심위·선방위 ‘무더기 중징계’ 변수
방통위는 특히 “허위·기만·왜곡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반복 위반한 경우 방송평가 시 감점을 강화하겠다”면서 그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제시했다. 올 연말엔 KBS 1TV와 MBC DTV 등의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래 방심위는 MBC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들어 줄줄이 중징계를 내리고 있으며, 특히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와 관련 없는 MBC 보도에까지 무더기 중징계를 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방심위의 징계가 모두 확정돼 방통위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MBC는 방송평가 감점 폭이 커져 최악의 경우 기준점수 미달로 재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방통위가 내건 강력한 조건 하 조건부 재허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사회적 책임 제고를 위해 긴급하고 심각한 위반이 있을 시 최소 유효기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려면 MBC는 방심위가 내린 법정제재에 대해 각각 행정소송을 걸어 처분 취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에 따른 소송 비용 등의 부담과 행정의 낭비도 만만치 않게 된다.
“포털에 공적 책임 부여” 뉴스제휴 평가기구 운영내역 등 공개
포털에 대한 공적 책임 부여도 강화된다. 방통위는 “포털이 뉴스 매개자로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히며 “포털사별 뉴스제휴 평가기구 구성, 평가기준·평가결과 등 운영내역 공개, 심사 탈락사에 대한 재평가 기회 제공 등”과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내역 공개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특정 언론사에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언론 보도와 보수 진영 의혹 제기에 지난해 9월부터 네이버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해왔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 관한 결과는 내놓지 않고 “(포털 등의) 불공정행위 및 신뢰성‧투명성 약화 등 사회적 논란이 심화했다”는 진단 아래 포털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방통위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으로도 ‘자율규제 활성화’를 내세워 “플랫폼사의 모니터링‧신고처리, 기술적‧관리적 조치 등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디지털 불법유해정보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불법정보 신속 삭제·차단 등의 방침을 밝혔다. “민생과 직결된 주요 불법·유해정보의 신속한 삭제·차단을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현행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서만 적용 중인 서면심의(24시간내 심의 처리) 대상도 주요 불법·유해정보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심의하며 이를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유해정보로 분류했던 것처럼 방통위나 방심위가 명백한 불법·유해정보 외에도 소위 ‘가짜뉴스’ 딱지를 붙여 삭제·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유규제·광고규제 완화, 방송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까
이처럼 미디어의 공공성·공정성 제고를 내세운 방통위가 한편으론 ‘방송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송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 앞서 융발위가 발표한 것처럼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제한과 지상파간, 지상파-유료방송간 겸영규제도 완화한다. 국가 GDP는 2008년 1154조원에서 2022년 2162조원으로 약 87% 증가했으나, 방송법 시행령의 ‘대기업’ 기준은 2008년 이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동결돼 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융발위는 대기업 기준을 GDP 일정 비율과 연동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방통위 업무계획에 관련 세부 내용은 빠졌다.
방통위는 또 “방송광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신 방송기술을 반영한 새로운 광고 유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매체 간 차등규제로 인한 방송광고시장 침체 해소를 위해 크로스미디어렙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라디오 프로그램에 정부·공공기관이 협찬한 경우, ‘제목협찬’(타이틀스폰서십) 우선 허용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완화가 방통위가 기대하는 대로 방송산업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0년 34.10%에서 2023년 28.07%로 급락한 가구 전체 TV 시청률이 보여주듯 방송사업자 영향력이 이미 약해졌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었습니다’ 표시제 의무화
한편 ‘수신료 분리징수 도입’을 주요 정책 성과의 하나로 꼽은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공영방송의 안정적인 공적책무 수행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생성한 콘텐츠를 게시할 때 인공지능 생성물임을 드러내는 표시를 의무화하고 초상권 침해, 디지털 성범죄 등 AI 관련 피해구제를 위해 온라인피해365센터 내에 전담신고 창구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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