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정민승 한국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정민승 한국일보 기자

“새마을금고 담당 부서요? 거긴 정말 아무도 안 가려고 해요.”(공무원 A씨)
“아니, 왜요?”(기자)
“감독기관인 행안부를 우습게 봐요.”
“에이, 설마.”
“건전성 규정 하나 추진하는데, 금고 이사장들이 조폭처럼 굴었다면 믿겠습니까? 큰일 한번 날 거예요.”


작년 7월 남양주새마을금고의 대량 예금 인출 사태는 오래전 이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푸념 정도로 여겼는데, 진짜 터질 줄이야…. 미안함 아닌 미안함이 게으른 기자를 움직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날아든 첩보.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해 대대적인 검사를 벌여 문제를 확인하고도 뭉개고 있다.’ 역대급 강도의 검사는 사실이었고, 뭉개고 있단 이야기도 신빙성이 높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검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기사를 만들자면 행안부가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왜 뭉개는지 체크가 필요했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지원 요청에 엑설런스랩(기획취재부) 유대근·진달래·박준·원다라·송주용 기자, 이오늘 인턴까지 6명이 투입됐다. 전국의 투자·대출 사업장을 누볐고, 금고와 관련된 기록과 문서를 훑었다. 동물적 감각을 지닌 강철원 부장이 힘을 실으면서 30꼭지의 기사가 생산됐다.


하나하나가 의미 있지만, 기획 전체를 통해 정치인과 새마을금고의 공생 관계를 보여준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행안부가 새마을금고에 힘을 가하면, 수많은 조합원(유권자)을 대표하는 금고 이사장이 국회의원을 통해 그 압박을 무력화하는 식이었다. 새마을금고가 겸손하고 따뜻한,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지만,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보내주신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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