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제401회 이달의 기자상] 손지연 서울신문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손지연 서울신문 기자

“제도를 안내해야 할 공무원조차 가정위탁을 모른다.” 취재는 한 위탁부모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는 이른바 ‘투명 아동’의 여파로 취재를 이어가던 중 가정위탁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시설 대신 가정에서 보호한다는 가정위탁은 도입된 지 21년이 넘었는데도 이름조차 생소합니다. 서울신문 사건팀은 21년 동안 묵묵히 아이들을 지킨 위탁가정을 찾아 전국을 누볐고 A4 2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가 쌓였습니다.


기사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도 많습니다. 친부모가 친권을 악용해 위탁아동이 수백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라는 제목도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부산의 한 위탁부모님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이 있다”며 “우리 모두 잠시만 엄마가 될 수는 있지 않냐”고 전했습니다.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를 파헤치고 싶었습니다. 이에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도별 가정위탁 지원·운영 사업 예산(국비·지방비) 20년 치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현장의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를 함께 조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114명의 전문가 목소리를 담아 풍부한 해결책을 더했습니다.
함께 전국을 누빈 사건팀 팀원들, 새벽까지 기사를 고쳐주신 홍인기·김주연 선배, 기획 시작을 함께한 김경두 부장, 1년 차 막내를 믿고 신년 기획을 맡겨주신 백민경 부장, 김태균 국장, 그리고 본인의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해 주신 24명의 위탁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더 이상 홀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아이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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