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정치 일정이 순식간에 피습 사건 현장으로 바뀌었다.”
새해 첫 일정 취재를 마치고 모든 긴장이 풀린 순간 갑자기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누군가의 다리 틈으로 카메라를 넣어 피를 흘리며 응급처치받는 이재명 대표를 확인했다.
몰려든 취재진과 유튜버, 당 관계자, 경찰까지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우산으로 가려지기 전 쓰러진 이 대표가 피를 흘리며 응급처치받는 순간을 촬영할 수 있었던 시간은 1분 30초가량이었다.
서울과 부산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큰 현장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부했고 다양한 외신 사진을 보며 평소에 돌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봤었지만,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머릿속은 하얘졌다.
짧은 시간 속 취재 통제가 심했기 때문에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었나 하는 아쉬움에 며칠을 시달렸다. 누군가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던 현장에서 아쉬움에만 급급한 모습을 성찰하며 직업적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들 덕분에 나의 직업에 조금 더 애정을 갖기로 했다. 동료 기자들은 “역사의 순간을 사진 한 장으로 기록했다”며 용기를 줬다.
평소 한 장의 사진이 곧 역사란 생각을 많이 해왔다. 혐오의 칼날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이 대표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은 양극화 정치로 혐오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제1야당 대표가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찰나의 순간이 대한민국 정치가 아픔을 딛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로 기록되길 소망해본다.
손형주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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