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창간 120돌을 맞는 7월을 기해 신문인쇄를 중단하고 대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대쇄 검토 백지화”를 요구하는 한편, 제작국 인력의 고용 보장을 위해 사측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신문은 오는 7월 창간기념일에 맞춰 신문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꾸면서 중앙일보 쪽에 신문인쇄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한국프레스센터) 지하에 설치된 윤전기가 7월 이후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신문은 1997년 사들인 윤전기 4세트를 보유 중이다.
서울신문의 인쇄 중단 가능성은 2022년 우면동 호반파크로의 사옥 이전 때부터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사옥 이전의 주요 명분이 프레스센터 재건축이었는데, 실제 재건축이 진행되면 윤전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대쇄를 맡기고 윤전부 직원은 전직 배치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거론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프레스센터 재건축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쇄 추진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 서울신문은 그 이유를 “위기감”으로 설명했다.
이호정 서울신문 프레스센터본부장은 “서울신문은 2013년부터 10년이 넘도록 인쇄직 직원의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기계는 사용 연한을 넘어 부품조달조차 불가능 상태가 되었고 생산 인력은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고 윤전기가 멈춰 설 때까지 사원채용은 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운영해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결단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현재 제작국(윤전·발송) 인력은 42명이며, 하반기에는 38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어 그는 “서울신문은 자치단체에 들어가는 비중이 높은데 일반 독자들이 종이신문에서 이탈하면서 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주요 자치단체와 행정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기로 하고 신문 판형과 디자인을 비롯, 기사의 집중과 선택 배치까지 쇄신하는 작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 중단에 따른 제작국 인력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 내 업무가 가능한 영역으로의 전직 배치와 대쇄처로의 고용 승계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회사의 재정 상태를 고려한 최대한의 보상과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대쇄처로의 ‘이직’을 고용 승계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회사는 프레스센터 ‘재개발 전에는 대쇄는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했는데 한낱 공염불로 끝나는 것인가? 회사는 업무에 집중해 생업에 충실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흔들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전기 노후 등에 관한 사측 설명에 대해서도 “지난번 화재 후 30억 정도를 들여 수리해 잘 돌아가고 있고 2023년 손익부분 결산에서 회사에 이익이 되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또 다시 대쇄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노조는 관련해 18일 사측과 대화한 내용을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며, ‘전원 고용 승계’ 등을 확약받기 위해 필요하면 김상열 회장과의 면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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