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이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를 받고 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과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 관련 보도에까지 중징계가 예고됐다. 심의 대상이 된 방송사는 “왜 선거방송에 저촉되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했고 일부 위원도 의문을 드러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14일 제10차 회의를 열고 1월17일 방송된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출연자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민원사주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에 대해 “구속해야 한다. 이런 사람을 해촉해야죠”라고 발언했는데도 진행자가 적절히 제지하지 않아 ‘공정성’ 위반으로 심의됐다.
‘관계자 징계’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의결 요건인 과반은 되지 않아 다음 회의 때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행정지도와 달리 법정제재는 방송평가에 감점이 되고, 가장 수위가 낮은 주의부터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으로 구성돼 있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유창수 CBS 제작1부장은 “과한 표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 “방심위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는 것이 왜 선거방송(규정)에 저촉되는지는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의를 하던 손형기 위원은 “그거는 따로 두고...”라고 말하며 답하지 않았다.
이후 최철호 위원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선거방송심의규정을 낭독하자 유 부장은 “빠뜨리신 부분이 있다. ‘선거와 관련된 사실’이라고 돼 있다”며 “방심위 관련 얘기가 선거와 관련된 게 어느 부분인지 모르겠다”고 재차 항의하기도 했다.
진 교수의 발언에 ‘객관성’ 위반과 ‘명예훼손’ 등도 심의 근거로 적용됐다. 부패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 중인데도 사실관계를 단정적으로 말했고, 혐의를 과장해 류 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날리면’ 논란과 관련해 방심위의 과징금 부과가 비판 언론 옥죄기라는 2월20일 MBC 보도도 심의 대상에 올랐다. MBC가 이해당사자인데도 비판적인 시민단체 주장만 전달해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의문을 드러낸 위원도 있었다. 이미나 위원은 “말하자면 방심위 관련 보도인데, 이걸 선방위에서 가져와 제재하는 게 적당한가”라며 “선거와 관련한 보도인가 생각하면 애매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선거기간 위원 9명을 위촉해 선방위를 운영한다. 방심위와 별개 기관이긴 하지만 회의 공간이 같고 민원 접수, 안건 준비 등 사무는 방심위가 지원한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한 경찰 조사가 더디다는 MBC의 2월29일 보도도 심의 안건이 됐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일본과 같고 미국 2.7명과 비슷하다는 내용도 심의됐다. 한의사를 포함한 수치로 의사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무리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심위는 민원 내용 일부만이라도 선거방송과 관련돼 있으면 나머지 상관없는 부분까지 위원들에게 안건으로 올리고 있다. MBC 심의 안건도 2월27일 방송된 일기예보의 ‘파란색 1’이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민원사주 의혹과 의대증원 등 내용도 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선방위는 파란색 ‘1’을 강조해 논란이 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 보도에도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이후 보도 책임자를 불러 의견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1월22일 방송된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는 총선 후보로 나서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홍보에 가까운 인터뷰를 했다며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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