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널리스트 논란 12명, 이젠 눈치도 안 본다

[전직 언론인 대거 총선 도전장]
퇴사 후 직행, 직업윤리 저버려
각 사 후배 언론인들 잇따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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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선거를 앞둘 때면 매번 반복되는 것이 ‘폴리널리스트(polinalist)’ 논란이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로,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하루아침에 정치권이나 관계로 진출한 언론인을 뜻한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4·10 총선에서도 언론인 여럿이 정치권으로 진출해 한차례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기자협회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마했으며 당선 이력이 없는 전직 언론인 중 정치권이나 관계로 직행해 논란이 불거졌던 이들은 총 12명이다. 이들은 총선 등과 맞물려 퇴사한 후 곧장 정치인으로서 행보에 나서며 직업윤리를 저버렸다는 후배 언론인들의 비판을 받았다.

4·10 총선에 출마하는 전직 언론인 중 당선 이력이 없으며 11일 기준 공천이 확정됐거나 경선을 치르고 있는 후보는 총 29명이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됐던 인물은 TV조선 간판 앵커였던 신동욱·박정훈 후보다. SBS 기자로 오랜 시간 일하다 2017년 TV조선으로 이직해 6년간 ‘뉴스9’ 앵커를 맡아왔던 신 전 앵커는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퇴사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국민의힘 인재영입 명단에 포함되며 후배들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TV조선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불과 한 달 전까지 TV조선의 간판 앵커로서 언론인을 자임하며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던 모습이 무색해진다”며 “그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던 우리의 기사, 우리의 땀과 노력이 희석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회사를 나온 박정훈 전 앵커도 후배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동아일보와 채널A에서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하다 2019년 TV조선으로 이직한 박 전 앵커는 정치부장, 시사제작국장을 역임하며 ‘박정훈의 정치다’ 진행을 맡았다. TV조선 기자협회는 “퇴사 전부터 출판기념회를 잡고 공공연히 출마에 나선 박 전 국장을 향한 내부의 비판은 더 거세다”며 “신 전 앵커의 정계 진출설이 나돌자마자 경쟁하듯 사표를 냈다. 자신의 이름까지 걸어 놓은 방송을 팽개치고 출마를 위해 퇴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YTN에서도 호준석 앵커가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사의를 밝혀 논란이 됐다. YTN 기자로 30년 가까이 일하며 간판 앵커로 자리매김했던 호 전 앵커는 지난해 12월9일 사직원을 제출했고 10일 후 국민의힘에 영입됐다. YTN 기자협회는 관련 성명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치적 신념 등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그러나 분명한 건 호 전 앵커의 정치권행이 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YTN 윤리강령에 따르면 근무하는 동안 정당 활동은 하지 않아야 하고, 퇴사 후 6개월 이내까지도 정치 활동을 하면 안 된다.


같은 논리로 지난 2022년 1월 퇴사한 안귀령 전 YTN 앵커도 비판을 받았다.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했던 안 전 앵커는 퇴사 후 약 일주일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전략 공천됐다. 당시 YTN 기자협회는 “젊고, 경험이 적고, 비정규직 앵커 출신이라는 조건이 정치적 행보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며 “그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내놨던 앵커 리포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JTBC에서 아침뉴스 앵커를 맡았던 이정헌 기자 역시 비슷한 시기 사표를 내고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해 중앙일보·JTBC 노조의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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