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먹부림’을 즐기는 데다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한 덕에 자의 반 타의 반 중국 음식에 집착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됐다. 이런 천직 때문인지 귀임해서도 한국에서 중국 로컬음식점(중화요리 말고!)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쭝화반점’을 런칭하기도 했다.
진정한 ‘쭝국음식’을 찾아다니는 버릇은 여전한데 최근 보석 같은 집을 찾아냈다. 그 이름은 ‘하오리’. 무려 광둥식 바비큐집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취재차 방문한 홍콩에서 먹어봤던 거위구이의 풍미는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광둥식 바비큐는 미식으로 유명한 광둥성 순덕이라는 지방이 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표준어로 샤오웨이(燒味), 광둥어 발음으로 씨우메이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육류를 바비큐로 만들어 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차샤오(叉燒, 돼지고기 바비큐)와 샤오어(燒鵝, 거위구이)다.
차샤오는 몰라도 일본 라멘에 올라가는 차슈는 많이들 아실 거다. 이 차슈라는 단어가 차샤오의 광둥식 발음(차씨우)이 전해진 것이다. 돼지 오겹살을 구워낸 샤오러우(燒肉), 북경식과는 다른 오리구이인 샤오야(燒鴨), 닭을 이용한 바이잔지(白斬鷄) 등이 대표적 씨우메이다. 씨우메이는 달큰한 소스를 바른 고기 덩어리를 금속원통 안에 들어간 숯 주변에 둥글게 매달아 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 중국 내에서도 광둥·홍콩을 제외하면 제대로 하는 집이 그리 많지 않은 음식이다.
하오리에서는 차샤오, 샤오러우, 샤오야, 바이잔지 등을 취급하는데 그 수준이 본토와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다. 차샤오 특유의 ‘단짠’은 물론 샤오러우의 바삭바삭한 껍질을 잘 살렸다. 아마도 재료 수급이 어려워서인지 거위구이가 없는 것이 아쉬운데 이를 오리구이가 대신한다. 본토에 비해 향신료는 적절히 줄여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했다. 특히 바이잔지는 현지보다 훨씬 세련된 맛이어서 놀랐다.
보통 씨우메이는 흰쌀밥 위에 올려 같이 먹는데 영웅본색에서 총상으로 다리를 절던 주윤발이 도시락 쌀밥 위에 고기를 얹어 처량하게 먹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종로 한가운데서 씨우메이 한 점 올린 쌀밥을 먹으며 화려했던 옛 홍콩의 낭만을 즐겨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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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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