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열리기도 전에 법정서 마주한 YTN·유진

[최대주주 되자마자 YTN과 소송전]
유진, YTN에 이사 6인 명단 통보
YTN "3월 이사회 보고한 후 처리"
유진, 시한 넘겼다며 가처분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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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과 YTN의 새 최대주주 유진그룹이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법정에서 먼저 만났다. 유진이엔티가 YTN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새 대주주와 현 경영진이 시작부터 법적 분쟁을 하게 되면서 향후 YTN 경영권이 교체되는 과정 또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4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에 주식 거래 잔금을 지급하며 YTN 최대주주(30.95%)가 된 유진이엔티는 같은 날 YTN 측에 이메일로 ‘주주제안서’를 보내 신규 이사 선임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6명의 이사 명단도 함께 통보했다. 그러면서 6일 뒤인 2월20일 오후 6시까지 수용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경우 “주주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은 주주총회 안건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3월 중순에 예정된 만큼, 이사회 보고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유진이엔티는 그들이 정한 ‘시한’ 다음날인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YTN을 상대로 의안상정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 시 신규 이사 6명의 선임 안건을 주주들에게 공고하라는 게 청구 내용이다. YTN 정기주주총회는 이달 29일, 주주총회 의안상정을 위한 이사회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주주제안권을 설명한 상법 제363조의2 중 제3항을 보면 “주주제안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즉 위법한 내용 등만 아니면 주주제안은 거부할 수 없고, 이사회 보고를 거쳐 주주총회 안건으로 정하는 게 절차상으로도 맞다. 그런데 유진은 이사회에 보고하겠다는 YTN측 회신을 받고도 왜 가처분 신청까지 냈을까. 기자의 질의에 유진 측은 5일 이메일 답변으로 “이사회에서 만약 최대주주인 당사의 주주제안의 검토나 상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주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공백을 막기 위한 보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도 유진 측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YTN 역시 이사회 보고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재판부는 유진 측에 사외이사 후보자 중 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는 확인서를, YTN엔 유진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YTN 측은 주주제안을 거부한 게 아닌데 유진 측이 가처분까지 내며 압박하는 이유에 ‘불신’이 있는 듯하다고 보고 있다. YTN 사측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어차피 바뀌었고, 당연히 절차에 따라 경영권 이양에 협조해야 하는 건데, 신뢰 관계가 있다면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며 안건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YTN노조는 “폭력적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유진 측이 이렇게까지 신규 이사 선임을 압박하는 건 사장 교체를 서두르기 때문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유진 측은 과거 노조 탄압과 공정방송 훼손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김백 전 YTN 상무를 사내 이사로 추천했고, 주총 후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구도를 유진 쪽 다수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유진 측은 사장 내정설에 대해 “대표이사 선임은 주주총회를 통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2018년 6월 YTN 이사회는 주주사와 노조 각각 3인, 시청자위원 1인 등 7인으로 사추위를 구성해 사장을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고, 유진이엔티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기존의 공정방송 제도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추위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면 방통위와의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유진 측은 “애초 YTN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상법에서 규정하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약속한 바 있으며 지금도 동일한 입장”이란 뜻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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