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경주에 가고 싶다. 매년 경주로 발길을 이끄는 건 수학여행 추억도 아니요, 4월 느즈막에 피는 겹벚꽃의 아름다움도 아니다. 집 나간 식욕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한우물회 때문이다.
물회는 원래 해산물을 잘게 썰어 채소와 양념해 찬물을 붓는 음식이다. 동해안에서 많이 먹지만, 경주에선 해산물 대신 육회를 넣은 ‘한우물회’를 맛볼 수 있다. 마냥 괴식이 아닌 것이, 경주는 원래 전국적으로 한우 사육두수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한우 생산지다. 풍미와 육질이 좋은 한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경주에서 한우물회 맛집 일 번을 꼽으라면 어김없이 북군동의 ‘함양집’이 나온다. 함양집은 울산에서 4대에 거쳐 육회비빔밥을 파는 곳인데, 한우물회는 분점인 경주에서 2010년 개발했다. 이후 한우물회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명실공히 대표 메뉴가 됐다.
한우물회는 척 보기엔 해산물을 넣은 물회랑 비슷하다. 살얼음 진 새콤달콤한 양념에 오이와 배, 저민 한우육회가 담뿍 들어간다. 숟가락으로 한우물회를 크게 뜨면 사그락사그락 살얼음 소리가 난다. 입안에 한입 가득 넣으면, “이 맛 때문에 매년 오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념과 어우러진 고기의 감칠맛과 쫄깃함이 대단하다. 비린 맛 없이 깔끔하다. 한우물회는 놋그릇에 담겨 있어 오랫동안 차게 먹을 수 있다. 함께 나온 소면과 밥을 한우물회에 넣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살얼음이 살짝 녹으면 이때 소면을 넣는다. 그 전에 넣으면 면이 얼 수 있어서다. 밥은 식었을 때 말면 고슬고슬한 밥알까지 느껴져 좋다.
한우물회와 함께 꼭 시키는 별미는 ‘치즈불고기’다. 온 동네 치즈를 다 쏟아부은 것 같은 모양의 불고기다. 아이들 전용 메뉴인가 싶지만, 막상 둘러보면 안 시킨 테이블이 없다. 달짝지근한 불고기는 한우물회와 예상외 궁합을 보여준다. 맛이 중독성 있어 안 먹고 나오면 하루 종일 후회할 수 있다.
함양집의 유일한 단점은 징글징글할 정도로 긴 대기시간이다. 기다리는 게 싫다면 경주의 다른 한우물회집을 찾는 것도 대안이다. 보문뜰, 우마왕 등이 괜찮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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