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전주방송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전주방송의 대주주를 일진홀딩스에서 일진다이아몬드로 변경하는 건의 기본 심사방향 등을 정한 것이다. 심사를 거쳐 승인되면 전주방송은 일진홀딩스의 자회사에서 손자회사가 된다. 실질적인 대주주는 그대로지만, 어쨌든 지배구조가 바뀌는 만큼 방통위는 이런 변화가 “방송의 공공성 보장과 재정 안정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등을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날 회의 내용을 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일진다이아몬드가 방통위에 전주방송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한 건 지난달 18일이었다. 그리고 방통위가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기까지 ‘무려’ 34일이 걸렸다. 왜 ‘무려’인가. 앞서 방통위가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을 받고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는 데 단 ‘하루’가 걸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청일 기준 11일만에 심사까지 모두 완료했다. 34일이면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세 번 하고도 하루가 남는 시간이다. 그런데 전주방송 심사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방통위는 다음 달 초에야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왜일까. 위원장이 바뀌더니 방통위 직원들이 단체로 게을러지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는 없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취임 후 9개월간 “휴가 한 번 못 냈다”고 할 정도니, 방통위 공무원들이 얼마나 격무에 시달리는지 알만하다. 그러니 하루가 34일로 늘어난 걸 탓할 게 아니라 34일‘이나’ 걸릴 일이 하루 만에 끝난 걸 이상하게 여기는 게 맞다(전례를 볼 때 34일이 긴 편도 아니다). 더군다나 전주방송은 실질적인 대주주(일진그룹)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YTN은 공기업 대주주에서 민간 대주주로 소유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일이었다. 또한, 지상파방송사의 최대주주 변경승인과 관련해선 방통위에 여러 차례 축적된 경험과 기록들이 있지만, 보도전문채널은 처음이었다. 보도채널 대주주를 바꾸는 ‘최초’의 사건이 ‘최단’ 기록으로 쓰인 것이다.
방통위는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심사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을지 모르나, ‘승인 보류’ 후 추가 확인 등을 거쳐 최종 승인을 의결하기까지는 두 달이 넘게 걸렸다고. 그러니 ‘졸속 승인’이니 ‘짜 맞추기’니 하는 비판은 부당하다고. 그러나 방통위가 의결을 유예한 70여일 동안 과연 충실한 심의가 이뤄졌을까. 방통위 요청에 유진이엔티가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게 지난달 15일. 지난해 11월 신청 1주일 만에 심사를 받느라 진땀을 뺐을 유진이엔티는 이번엔 한 달 반이란 넉넉한 시간에 ‘무려’ 400쪽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에 관한 심사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과 간담회를 1주일 만에 마쳤다. 앞선 심사에서 “미흡사항”을 잔뜩 지적하고도 승인이 적절하다고 했던 그 심사위원들이 그대로 자문에 응했다. 이런 조건에서 YTN 매각 승인이 부결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었을까. “결과를 정해놓고 거꾸로 심사 과정을 끼워 맞췄다”(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통위가 밝힌 대로 YTN의 지분매각은 “202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혁신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아무리 ‘대통령 선배’ 위원장이라도 예정된 결론을 뒤집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사라도 충실히 해야 했는데, 통례를 깨고 ‘초단기 속성’으로 끝마쳤다. 그 뒤 이뤄진 자문은 자문일 뿐이다. 과연 그 과정 등이 적절했는지, 부실함은 없었는지, 이제 그 판단을 법원에 구하게 됐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심사를 그렇게 서두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심사위가 내린 ‘미흡하나 충분하다’라는 형용모순의 결론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한 번도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던 방통위가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그간의 심사가 얼마나 엄정하고 공정했는지, 의심이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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