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반대로 박민 사장과 지금의 KBS 보도본부 수뇌부는 취재팀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2021년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보도한 KBS 기자들이 KBS를 상대로 지난 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서를 냈다.
‘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 당시 정치부장, 의정팀장, 취재기자는 6일 사내망에 “(취재팀의 보도는) 국민의힘의 고발과 검찰수사까지 있었지만 지금까지 어떤 오류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박민 사장과 KBS 뉴스의 맥락 없는 사과는 취재팀에 대한 무도하고, 근본 없는 공격이다. ‘공정성 훼손’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KBS 기자들이 정정보도를 청구한 문제의 보도는 지난해 11월14일 ‘뉴스9’을 통해 나온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앵커리포트<사진>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박민 KBS 사장은 ‘오세훈 처가 땅 의혹’ 기사를 포함한 4건의 자사 보도를 “불공정 편파 보도”라고 지목했다.
KBS는 해당 앵커리포트에서 박 사장 발언 그대로 ‘오세훈 처가 땅 의혹’ 기사를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라고 지칭하며 “단시일 내에 진실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했다. 당시에도 박 사장과 보도본부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고 앵커리포트 방송 전 지목된 기사들에 오류나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 절차가 일체 없었던 점을 지적한 기자들의 연명 성명이 나오는 등 내부 반발은 거셌다.
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은 2021년 3월15일부터 그해 4월2일까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한 기사 총 25건을 보도했다. 취재팀은 조정신청서에서 해당 기사들에 대해 “과거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하면서 오세훈 후보와 그의 처가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 요지”라며 내곡동 현장 취재 등 당시 취재와 보도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2021년 3월 국민의힘이 해당 기사들이 허위사실공표, 후보자비방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취재기자와 당시 KBS 사장, 보도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그해 10월 ‘혐의없음’으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이뤄진 점을 들기도 했다.
기자들은 조정신청서에서 문제의 앵커리포트가 오세훈 의혹 보도를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보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보도라고 직접 언급했고, 신청인(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 보도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강하게 암시했다”며 “신청인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정정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정된 1차 조정기일은 3월11일이다. 이날 KBS 구성원이 각각 신청인, 피신청인 신분으로 중재부에 출석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당시 정치부장으로 취재팀을 지휘한 최문호 KBS 기자는 “아직도 문제의 앵커리포트를 누가, 어느 부서에서 작성했는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언론중재위엔 그 기사를 작성한 부서가 나가는 게 원칙인데, 누가 이걸 작성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그날 저희들이 물어야 할 것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KBS 사측은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9일 KBS 공정방송위원회에 출석한 장한식 KBS 보도본부장은 “(앵커리포트) 제작 과정과 관련해선 국·주간단 발제를 했고, 방송주간이 초안을 작성했다. 통상적 리포트가 아니어서 과정이 다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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