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엔티가 지난 14일 YTN 지분 30.95%를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됐지만, 그 과정은 숱한 논란과 의혹으로 채워졌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적절했는가 하는 판단을 법원에 묻게 됐고, 그 결과에 따라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방통위는 지난 7일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가 바뀐 건 방통위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민간자본이 보도채널의 최대주주가 된 것도 처음이다. YTN은 1997년 12월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서 한전정보네트웍(현 한전KDN)으로 넘어간 이래 26년간 공기업을 최대주주로 하는 ‘준공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전 정부에서도 이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실행에 옮겨지진 못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YTN 지분매각 계획을 검토한 지 1년 반 만에 최종 관문인 방통위 변경승인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방통위서 할 수 있는 제재, 시정명령·과태료 처분 등이 전부
전례가 없는 이 결정은 방통위원 2명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진행한 것도, 지난 7일 승인을 의결한 것도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위원장과 부위원장뿐인 ‘2인 방통위’였다. 이에 YTN은 “보도전문채널의 민영화라는 중대한 결정을 방통위원 2명이 논의해 결정한 것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고, YTN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하자 있는 결정이라며 지난 13일 방통위를 상대로 변경승인 집행정지 및 취소소송을 냈다. 앞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관련 집행정지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인 방통위 처분이 방통위법 등의 “입법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마찬가지로 2인 방통위에서 결정한 YTN 매각 승인에 대해서도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될지가 관건이다.
보도전문채널의 경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초유의 결정이 엄격한 심사에 근거해 이뤄졌는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유진이엔티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한 지 11일만에 심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후 승인 결정을 보류한 뒤 유진이엔티로부터 추가 자료 등을 제출받고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70여일만에 내린 결론은 애초에 심사위가 냈던 의견과 같은 ‘승인’이었다. 당시 심사위는 “방송의 공정성·공적책임 실현, YTN 발전을 위한 투자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재무적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을 “비중 있게 제시”하면서도 승인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려 ‘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방통위는 이번에 최종 승인을 앞두고 다시 같은 심사위원들에게 자문을 얻고 간담회도 했다. 김홍일 위원장은 “심도 있고 다각적인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YTN 노조 등은 유진이 제출한 추가 자료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유진, 이행각서 내용 어겨도 변경승인 취소 등 단서조항 없어
유진이엔티는 방통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YTN에 대해 향후 5년간 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모기업의 추가 투자 및 YTN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원 확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YTN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설립된 유진이엔티가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방송 미디어 전문가로 이사회를 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또한 저널리즘연구소 설립, 데이터 저널리즘 지원팀 운영 등의 계획을 밝히고, 유진이엔티 대표와 유진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유경선 대표 공동명의로 작성한 이행각서와 확약서도 제출했다.
방통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도채널이 공적영역에서 민간영역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잘 안다”면서 “보도전문채널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엄격한 조건” 10개를 승인조건으로 부과했다.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YTN 대표이사 선임 및 독립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유진그룹에 유리한 보도·홍보성 기사를 강요하는 등 YTN의 보도·편성에 개입하지 않을 것 △YTN에 대한 증자 및 투자계획 이행 △YTN의 재무건전성을 해할 수 있는 자산매각과 내부거래를 하지 않을 것 △YTN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YTN을 위해 사용할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변경승인을 취소한다거나 하는 단서 조항은 없다. 그간의 관례를 볼 때 방통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승인조건 이행 등의 시정명령과 위반 시 과태료 처분 등이다. 김홍일 위원장이 “올해 있을 YTN 재승인과 연계해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책임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발언’ 혹은 ‘의지’ 이상 의미가 크지 않다. 앞서 지난 2020년 방통위가 SBS의 최대주주를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바꾸는 것을 승인하면서 5가지 조건 부과와 함께 “그 이행실적을 2020년 SBS 재허가 심사에 반영한다”는 문구를 의결주문에 포함해 강제성을 부여한 것과도 비교된다.
유진이 제출한 이행각서 역시 위반 시 직접적인 페널티는 없다. 신승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재승인 연계라든가 여러 가지 법적인 사항을 통해서 책임 이행 여부를 저희가 확인할 것이고, 만약에 이행이 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장치를 검토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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