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튜디오161 "뉴스냐 아니냐, 중요치 않아"
지상파 첫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
콘텐츠 넘어 수익 연계방안 모색
AI 제작 등 기술 테스트 역할 맡아
상용화시 수익배분 받는다는 구상
SBS가 지난해 말 뉴미디어 자회사 SBS디지털뉴스랩 내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을 분리해 법인화하며 ‘스튜디오161’을 출범시켰다. ‘뉴스’가 아닌 ‘콘텐츠’, ‘저널리즘’보다 ‘사업성’에 방점을 뒀던 부문을 독립시킨 조치는 지상파 최초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의 탄생이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언론사에 뿌리를 둔 디지털 콘텐츠 기업이 도달할 지평을 엿본다는 차원에서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1일 SBS는 자회사 SBS디지털뉴스랩 내 뉴스서비스부문(뉴스부문)과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사업부문)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사업부문은 스튜디오161로 별도 법인이 됐고, 뉴스부문은 자회사 SBSi로 통합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한 지붕 아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기자 주축 저널리즘 색채가 강한 ‘비디오머그’, 뉴스·시사·정보·교양 등을 다루되 젊은 PD들의 트렌디함을 내세운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이 공존하던 상태가 해체됐다. 그룹 차원에선 2020년 드라마본부가 ‘스튜디오S’로, 이번에 예능본부가 ‘스튜디오 프리즘’으로 분사됐고, 이 흐름에 디지털 스튜디오가 포함된 변화다.
2017년 12월 SBS는 기존 보도본부 뉴미디어국의 업무를 전담할 자회사를 설립했고, 2020년 7월 양 부문으로 나눈 이후 지속 매출·수익을 따로 보는 실험을 해왔다. 하현종 스튜디오161 대표는 “각각 다른 미션을 가진 두 조직이 한 인프라를 공유하며 2인3각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동안은 시너지를 냈었고 이제는 각자 목표를 보다 고도화하기 위해 그 줄을 푼 것”이라며 “스튜디오161은 디지털 콘텐츠를 수익과 연계해 확장하자는 목표를 위해 사업 투자와 콘텐츠 실험을 보다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존 유력 콘텐츠의 ‘킬러 IP화’ 등 적극적인 사업화가 추진된다. 일례로 유튜브 구독자 194만명의 하이엔드 채널 ‘MMTG’(문명특급)는 기존 2030을 겨냥한 레트로 가요제 ‘컴눈명’ ‘숨듣명’으로 큰 화제를 얻은 연장·확장선에서 현재 ‘명곡 챔피언십’을 준비 중이다. 이미 8부작 TV편성이 확정됐고 향후 OTT 재판매 등 다양한 플랫폼 확대를 염두에 뒀다. 10대 문화 탐구 토크쇼 ‘가갸거겨고교’는 최근 ‘재수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스타트업과 협업을 안착시키려 하고, ‘갓 나온 맛도리’(음식)와 ‘오목교 전자상가’(전자제품 리뷰)도 각각 F&B, IT 업계에서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다. 메인 브랜드이자 허브 채널 ‘스브스뉴스’는 신규 코너 발굴·인큐베이팅 역할을 이어가며 밑단을 받치고 여타 채널은 이 위에서 ‘고퀄’ 콘텐츠를 기본으로 수익 연결을 고민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팀 기능을 확대하고 이름을 바꾼 오리지널콘텐츠팀, 작전콘텐츠신사업팀에 더해 전담 콘텐츠·채널 없이 수익화만 고민하는 채널에이전시사업팀이 신설되기도 했다.
SBS기술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신기술 영역에서 새 수익모델 발굴도 시도된다. 그룹 내 연구소가 개발한 AI 기반 영상 제작 툴, 유틸리티 등을 콘텐츠 제작과정에 도입,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고 향후 상용화 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에 나서며 수익배분 등을 받는다는 구상이다. 개발 역량은 있지만 제작 이해도는 낮은 기술 부서는 필드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만들고, 제작부서는 수익을 거두며, 그룹 전체 시너지도 되는 접근이다. 특히 스튜디오로선 그간 플랫폼 수익, 브랜디드 콘텐츠, 기업 SNS 채널 운영과 별개로 없었던 비즈니스모델의 개발이란 의미가 있다.
거창한 의미부여 대신 SBS 사옥의 주소 ‘목동서로 161’에서 이름을 따온 스튜디오는 3년 전 사업부문 당시 친환경 커머스를 표방한 쇼핑몰 ‘175플래닛’을 열어 2022년 1억원대, 지난해 5~6억대 매출을 거뒀다. 회사 전체로선 매년 약 20%의 매출상승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올해나 내년 매출 100억원 돌파도 점치고 있다. 지난해 초 30여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40명 가량(인턴 등 제외)이 됐지만 디지털 콘텐츠 업계 대부분이 겪는 ‘상근직 프리랜서’ 문제를 해소하며 상당 직원이 정규직인 점도 특수하다. 이런 성과는 정통 ‘뉴스회사’가 아닌 ‘콘텐츠회사’ 노선설정으로 가능했지만 전부는 아니다. 특히 콘텐츠회사가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스브스뉴스 슬로건)며 지속 뉴스 개념을 확장한 반면 언론사들은 아주 협소한 영역으로 뉴스 정의를 좁혀온 현실을 돌아볼만하다.
하 대표는 “뉴스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사람들에게 소구하는 유익한 정보를 주고 그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스에 대한 정통적인 해석을 넘어 우리만의 뉴스를 보다 넓고 유연하게 탐색하고 넓혀가려는 시도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공정한 인사평가 등 새 고민지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큰 조직에선 HR·조직문화 실험 등이 어려운데 스튜디오161은 변화에 익숙한 젊은 구성원이 모인 만큼 SBS미디어그룹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함께 맡아 그룹 내 타 계열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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