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도 많았던 YTN 민영화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새롭게 YTN 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의 미심쩍은 행보 때문이다. 유진 측은 지난주 YTN에 주주제안 형식으로 이사 후보 6명을 통보했는데, 사내이사 후보 중 한 명인 김백 전 YTN 상무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 전 상무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게 YTN 안팎의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우장균 사장의 임기는 9월까지 반년 이상 남아있지만, 사측은 우 사장을 강제 해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주총에서 추가 선임한 사내이사를 새로운 사장에 앉히려는 방식을 선택하려 한다는, 꽤 구체적인 설명까지 들린다.
사장 임명은 대주주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김백 전 상무 사장 내정설’은 여러 우려를 키운다. 사장 선임과 관련한 YTN 내부의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은 점부터 문제다. YTN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낙하산 사장’의 폐해를 막기 위해 회사 측 3명, 노동자 측 3명, 시청자위원회 1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기로 노사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추위가 새 사장 후보를 1차로 심사한다. 특정인에 대한 사장 내정설은 무성하지만 유진이 합의대로 사추위를 구성하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초 유진그룹으로부터 방송 공정성을 약속받은 뒤 YTN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정치·경제적 외압에서 자유로워야 방송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고, 이는 경영권과 편성권의 분리라는 형식을 통해서 구현된다. 사장 선임에서의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노사합의조차 무시하는 대주주에게 과연 방송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 우려 수준이라 해도 김 전 상무의 이력을 감안하면 그의 사장임명은 YTN의 극심한 내부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08년 YTN이 ‘낙하산 반대 투쟁’에 나선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을 중징계했을 때 인사위원이었다. 2009년 보도국 선거로 임명된 보도국장을 교체하고 ‘노조의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를 폐기할 때 경영기획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복귀는 YTN의 노노, 노사대치를 촉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퇴직 후 그의 활동이 뚜렷한 정파성을 보였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2022년 출범한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을 맡아 MBC 등 정권 비판적인 언론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다. 반대로 정부 정책 옹호에는 열심이었다. YTN 노조가 그를 ‘권력의 나팔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YTN은 그간 공적 자본이 소유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다양한 방송매체 시대에 공기업이 보도전문채널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과 절차적 하자 논란 속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YTN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은 매우 걱정스럽다. 결국 권력의 입맛에 맞는 자본을 통한 방송장악이 목적이었나 하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할뿐이다. YTN을 “좌편향 이념방송”, “편파왜곡 방송”이라고 낙인찍고 YTN 민영화를 옹호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발언이 차라리 솔직하게 느껴진다. 잊지 말아야할 사실은 권력의 전횡에 입을 다물고 고개 숙이는 방송을 만들려는 권력의 무리한 시도는 반드시 국민들 심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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