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 회원사들이 15일 포털의 불공정약관에 대한 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위)에 청구했다. 앞서 다음의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 중지를 요구하며 다수 인신협 회원사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카카오와 다퉈왔는데 그 연장선에 놓이는 행보다.
인신협 소속사가 주축을 이룬 ‘포털 불공정행위근절 범언론대책위원회’(범대위)는 “기울어졌던 포털과 인터넷언론사 간의 계약을 공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이날 공정거래위에 약관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이 2016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후 제휴요건, 평가방법 등을 명시해 인터넷 신문사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온 약관이 “약관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고객의 최소한의 권익과 절차적 참여권마저도 철저히 배제한 조치”란 취지다.
신청서와 의견서에는 양대 포털이 인터넷신문사들에 요구했던 동의서, 약관 등이 언급됐다. 일례로 카카오는 지난 2019년 8월 ‘뉴스 정책 변경 동의서’를 인터넷신문사들에 배포하고 동의를 받았다. ‘뉴스 제휴 및 심사규정’, ‘카카오 뉴스검색 운영 및 종류기준’ 준수에 동의한다는 내용 등에 대해 범대위는 신청서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제재 심의결정에 대해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놓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네이버는 뉴스검색제휴 약관을 통해 동의하는 경우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 여러 정책에 동의하도록 했는데 “심사규정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적으로 정했다”고 적기도 했다.
범대위는 이에 대해 “인터넷신문사들은 위와 같은 내용이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임을 알고 있었지만,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뉴스 시장에서의 유력 사업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수정하거나 제외시켜 달라고는 감히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지위가 불공정한 가운데 맺어진 약관 등이 약관법 제6조제2항, 제9조, 제10조제1항, 제10조제1호, 제11조제1항, 제12조제1호 등의 위반에 해당되고 “약관법에 따라 시정돼야 한다”는 요지다.
이번 청구의 직접적인 계기는 다음에 대한 카카오의 뉴스검색 정책 변경이었다. 최근 카카오는 뉴스 검색화면에 대한 기본설정을 카카오와 ‘뉴스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을 우선 노출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이용자가 별도로 설정을 바꿔야 인터넷신문사 다수가 속한 ‘검색제휴’ 언론의 뉴스가 노출되도록 한 바 있다. 이후 인신협 회원사 50개 등은 ‘카카오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정에서 다퉈왔다.
이에 대해 인터넷신문사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3일 가처분 2차 심문에서 양측의 관계는 계약관계이고 이를 통해 강력한 강제력이 행사돼 왔으며 “카카오가 뉴스검색 기본값을 바꾼 지난해 11월23일을 기점으로 뉴스검색제휴사의 트래픽이 0에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가 장기화되어 인터넷언론사의 폐업과 기자 이탈이 본격화되면 사후 보상으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반면 카카오는 원상복구를 하더라도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권리보전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측 법률대리인은 “현재도 이용자가 설정 변경을 통해 뉴스검색제휴사의 기사를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각 인터넷검색업체는 뉴스검색결과 화면구성, 설정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고 번경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뉴스검색제휴사의 동의서에도 제평위 심사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인터넷언론사의 의무만 기재되어 있을 뿐 카카오에게 부과된 의무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신협은 지난 15일 공정위 심사청구 사실을 적시한 보도자료에서 이 같은 발언을 거론, “검색제휴 관계가 불공정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범대위는 신청서에서 ‘연합뉴스의 네이버에 대한 계약해지 효력정치 가처분’, ‘위키리크스 한국의 네이버에 대한 계약이행 청구’ 등 관련 판결을 예로 들며 “법원의 판단을 통해 포털사들의 인터넷신문사들에 대한 약관이 약관법 위반의 소지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사들은 약관을 약관법에 합치하도록 개정하고 있지 않은 바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정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앞선 보도자료를 통해선 “사업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양면시장의 이점을 누려온 포털은 서비스 초기엔 온갖 혜택을 주면서 사업자와 소비자를 끌어들이다가 독과점 지위를 얻고 나면 태도를 돌변해 사업자에게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소비자에게도 일방적인 이용요금 인상과 혜택 축소 등 갑질을 해왔다”며 “이번 약관심사 청구가 인터넷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포털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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