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는 시종일관 사안을 숨기고 축소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첫 보도 직후 “대법원 서버가 해킹을 당해 자료를 탈취당한 것은 맞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고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는 행정처 해명이 기억납니다. 외려 ①라자루스 소행인 점 ②서울중앙지법 서버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점 ③최대 수백 GB가 유출됐다는 점 등 기사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요청까지 해왔습니다. 취재한 사실 관계가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수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행정처의 ‘거짓 해명’을 ‘사과와 재발방지 다짐’으로 바꾸기 위한 후속 보도를 차분히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 전산정보관리국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처는 국가정보원 등 외부 기관과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조사를 약속했고 최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요즘,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오랜 격언을 상기합니다. 끈질긴 의혹 보도 끝에 법원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데는 탄탄한 취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CBS 법조팀은 사법부가 투명하고 신뢰받는 재판과 사법행정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에서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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