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온라인뉴스, 기자 작성 기사보다 독자 지불의향 떨어져

신문과방송, 독일 브랜드과학연구소 <인공지능과 지불의향> 보고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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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맞은 언론사에서 취재와 기사작성, 유통 등 다방면에 걸쳐 AI를 도입하려는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스 이용자들이 AI가 만든 기사에 얼마나 돈을 지불할지를 엿볼 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2월호에는 독일의 마케팅 서비스 연구소인 브랜드과학연구소(BSI)가 지난 1월9일 내놓은 보고서 <인공지능과 지불 의향>(Künstliche Intelligenz & Zahlungsbereitschaften)의 주요 내용이 실렸다.(‘독자들은 AI 기사에 얼마를 지불할까? <인공지능과 지불 의향>보고서 발표’, 이유진 프리랜서 기자) 보고서는 독일에 거주하는 18~70세 1458명을 대상으로 독일의 유력 언론 5곳의 디지털뉴스 월 구독에 대한 지불의향과 요인 등을 분석한 것으로 전 세계 언론의 본격화된 AI 도입과 맞물려 독자들은 AI가 쓴 기사에 지갑을 열지, 얼마나 지불할지, 이에 따라 언론은 무엇을 고민해야할지 등을 담았다.

신문과방송 2월호 ‘독자들은 AI 기사에 얼마를 지불할까? <인공지능과 지불 의향>보고서 발표’ 기사 중 발췌.

해당 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는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지만 AI를 활용한 온라인 뉴스에 대해선 지불 의향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AI를 활용하지 않고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에 10.24유로 지불의향을 드러냈지만 ‘기자들이 AI의 도움으로 작성한 기사’에선 이 금액이 7.65유로로 25%p 감소했다. 기사는 관련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기사 작성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AI를 활용하는지, AI로 완전히 자동화된 뉴스를 만들어 내는지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존에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도 AI가 활용되는 온라인 뉴스에 대해서는 지불 의향이 더 낮았다”고 전했다.

언론사의 AI 활용이 누구에 의해 어느 정도로 사용되는지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보다 기자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기자들이 AI의 도움으로 작성한 기사’의 지불의향은 7.65유로, '프롬프로 엔지니어들이 AI의 도움으로 작성한 기사'는 6.98유로로, 10%p 가량 차이가 났다. 비즈니스, 주식시장 및 금융, 과학, 스포츠, 문화,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자의 결과물에 더 높은 지불의향이 나타났고, 날씨 분야만 양쪽이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AI가 작성하고 기자들이 검수한 기사’(6.83유로), ‘AI가 작성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검수한 기사’(6.68유로) 항목처럼, 완전 자동작성 기사의 경우 큰 차이는 없었지만, 여전히 기자의 작업에 더 높은 지불의향이 확인되는 건 동일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신속한 데이터 및 트렌드 분석, 빅데이터 평가의 차별화된 시각과 관점, 뉴스의 실시간 모니터링, 개인화된 콘텐츠 등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이 독자들의 지불의향을 높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AI를 활용한 콘텐츠에 대한 지불의향은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AI를 활용해 제작한 기사에 대한 라벨링 의무(AI 활용 여부를 밝히는 것)는 언론사의 잠재 수익과 AI가 창출하는 수익에 대한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위협의 잠재력은 언론사가 AI를 활용해 기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비용 절감 잠재력이 지불 의향 감소를 상회한다면 AI의 활용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론 기자들의 고품질 저널리즘 콘텐츠에 대한 ‘업셀링(up-selling)’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라벨링을 통해 AI와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차별화하고 사람이 작성한 기사 가치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 온라인 포털이나 대형 테크 기업과 비교했을 때, (언론사는) 품질 우위를 점하고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 잠재력을 제공한다. 언론사는 명시적으로 비용 지불 의향이 높아지는 것을 더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사람이 만든 기사가 포함된 프리미엄 부문의 비교적 높은 구독 가격 △AI의 도움으로 제작된 기사가 포함된 저가 부문의 상대적으로 낮은 구독 가격 △AI가 제작한 완전 자동화 기사에 대한 순수 광고 자금 조달 등 3가지 수익구조 전략을 내놨다. 특히 프리미엄 콘텐츠의 업셀링, 여타 플랫폼 대상 자동화기사 제공 및 광고조달 등 전략의 병행은 AI기사에 대한 라벨링 의무가 오히려 언론 브랜드에 이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언론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시기, 이를 디지털 전환과 새 수익모델 발굴 측면까지 끌고가는 데 필요한 전략 수립 차원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는 그간 국내 최대 디지털뉴스 유통의 장에서 저질·연성·받아쓰기 기사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공유지의 비극’을 고스란히 반복할 수 있는 방향이란 점에선 우려도 남는 만큼 숙고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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