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내달 1일부터 TV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분리 징수 시행 이전만큼 수신료가 걷힐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수신료 징수비용이 기존보다 2배 정도 늘어나 KBS의 수신료 순수입이 크게 감소할 건 자명하다. 또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 등 사실상 아파트 가구 수신료 징수 업무를 맡게 된 관리사무소 종사자들이 제기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시행 과정서 생길 갈등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7개월 만... 징수비용 기존 423억서 배 가까이 늘 듯
KBS는 올해 12월31일까지 맺은 TV 수신료 징수 대행을 맡던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계약 관계를 만료일까지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서 일부 내용을 변경했다. 한전은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청구하는 대상에 TV 수신료를 합산한 고지서를 보내왔는데 2월1일부터 이 같은 고지 방식이 바뀌게 된다.
먼저, 일반주택·영업장의 경우 한전은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고지서를 별도로 제작해 보낸다. 공동주택(아파트)엔 한전이 관리사무소에 아파트 단지 단위로 합산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총금액을 각각 청구한다. 그동안 한전은 세대별이 아닌 아파트 단지 단위로 전기계약을 체결해 총금액을 관리사무소에 고지해왔다. 다만 아파트 가구 중 TV 수신료 분리 납부를 신청한 세대엔 KBS가 한전에 신청자 정보를 받아 직접 수신료를 청구하기로 했다.
수신료국 측 “요금 확정 등 전산처리 과정 필요, 고지서 10일부터 발송”
변경된 KBS-한전 계약 내용 중엔 수신료 징수비용(한전 징수 대행 수수료) 조정도 포함됐다. KBS 수신료국 관계자는 “수신료를 별도로 고지하는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인데 협상 영역이 아직 남아있고 실제 징수액에 따라 증감할 수 있겠지만, 기존(2022년 423억원)보다 2배 가까이 징수비용이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은 1일부터지만, 요금 확정 등 전산 처리 과정이 필요해 실제 고지서는 10일부터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9일 KBS 수신료국은 관리사무소장 업무를 하는 주택관리사 법정 단체인 대주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아파트 가구 TV 수신료 고지·징수 방식을 설명했다. 또 최근 KBS 수신료 사업지사는 개별적으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를 접촉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와 함께 즉시 시행하기로 의결했으면서 “구체적인 분리 징수 절차를 마련한다”며 실제 제도 도입까지 3개월의 임시조치 기간을 둔 바 있다. 하지만 7개월 가까이 수신료 징수 관련 주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여전히 통합징수가 이뤄지고 있던 건 법적 근거 없이 수신료 징수 대행 업무를 떠안게 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현장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주관은 TV 수신료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른 관리비 부과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사무소의 수신료 징수 업무는 위법하고, 관리사무소 종사자의 피해가 생길 수 있어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안이 없자, 대주관은 임시조치 기간이 끝나는 지난해 11월 수신료 징수 대행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 관계자는 “공동주택 같은 경우 분리징수 세부 방안에 있어 실무적으로 조율해야 될 부분들이 많이 있었고, 관리사무소, 한전 등 현장의 사항들을 반영하다 보니 협의 과정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은 어떠한 사전 준비나 사회적 합의도 없이 정부가 분리 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밀어붙이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대주관 정책국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부터 잘못 꿰맨 일”이라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아파트에 대해선 어떤 문제가 있으니 예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하거나, 국토교통부에 협조 요청 공문이라도 보내야 했던 거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TV 수신료를 관리비 고지서 항목에 추가하는 경우, 미수채권 발생 시 그 손실이 나머지 아파트 주민 전체에 이전되는 등의 문제가 여럿 있다”며 “KBS나 한전이 대책 마련도 없이 분리 고지를 시행한 이후 주택관리사 협회원이 법적 피해나 권익을 침해받는다면 협회 차원에서 후속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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