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심의를 재개하면서 9개 방송사를 불러 보도 경위를 묻겠다며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방심위는 3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OBS와 YTN 등 모두 9개 언론사가 방송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모두 자막에 ‘미국’이나 ‘바이든’을 명시한 보도들인데,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해 지난해 5월 심의를 멈췄다가 12일 1심 판결이 나온 뒤 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문재완 위원은 “법원이 ‘날리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정보도를 (판결) 했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이라고 하면 국회라는 말과 맞지 않는데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언론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확인이 여의찮으면 단정적인 자막을 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언론사의 생각을 시청자에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치열한 정상외교 현장에서 보도는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MBC가 주도해서 보도한 자막 내용을 다른 채널이 문제 제기 없이 인용한 무비판적 태도가 문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당시 야권 김유진 전 위원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보도에 9개나 되는 방송사를 무더기 제재하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제사회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에 이어) 다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국격의 실추”라고 말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전국언론노조와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심의가 “비판언론 죽이기, 정치보복”이라며 “정권의 언론장악 도구가 된 방심위는 류희림 체제의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심위는 9개 방송에 더해 다음 주 5개 방송을 추가로 심의에 올릴 예정으로, 모두 14개 방송이 제재 대상이다.
이날 회의에서 방심위는 지난해 2월 방송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 중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고를 의결하기도 했다.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가 검사 15명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윤미향 의원을 무리하게 시키는 대로 수사했다며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이론 ‘악의 평범성’을 인용한 논평이 문제가 됐다.
문재완 위원은 “듣는 분 입장에서는 나치에 상응하는 나쁜 일을 생각 없이 저지른 공무원으로 (받아들여) 모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적용된 심의규정은 ‘대담·토론 프로그램에서 타인에 대한 조롱 또는 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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