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앞둔 대구시, 돌연 대구MBC 취재거부 해제?

["금지 지시한 적 없어" 사실관계 부정]
공보관실 이메일로 '취재거부 해제'

홍준표 시장 지시여부 입증할 증거
대구MBC, 대구지법에 추가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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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가 제기한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의 법원 결정을 앞두고 대구광역시가 홍준표 시장은 애초 취재응대 금지를 지시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적 다툼의 기초 사실관계를 부정한 것이다. 동시에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구MBC 인터뷰에 응하고 취재자료도 제공하기 시작하는 등 실제 취재거부 조치도 풀린 모양새다.


대구시는 대구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앞둔 지난 22일 재판부에 서면을 제출해 홍준표 시장이 처음부터 취재거부를 보고받지 않았고 결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전화취재, 방문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며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사업소,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에 전파”하라고 한 대구시 내부 이메일은 공보관실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시장은 취재거부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6일자 대구MBC 뉴스데스크 화면.

이에 앞선 19일 공보관실은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이메일을 보냈다. 공보관실은 “향후 각 기관 및 부서에서는 대구MBC의 취재요구가 있을 시 부서 자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며 “무조건적 불응이나 무조건적 응대가 아닌 시정 홍보의 필요성에 입각해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실제 취재거부도 풀린 모양새다. 공보관실의 공지가 나온 이후 공무원과 산하기관은 대구MBC에 인터뷰와 동행취재 요청, 자료제공 등에 응했다. 대구시 측은 지난해 5월 공지한 내용을 공보관실이 스스로 9개월 만에 철회했고, 따라서 대구MBC가 구하는 가처분도 실익이 없어졌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구MBC는 지난달 7일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대구시는 대구MBC 기자들과 차량의 시청사 출입을 입구에서 막지 말 것은 물론, 홍준표 시장은 직원과 산하기관에 취재 응대를 금지한 지시를 거두라는 취지였다. 대구MBC 측은 언론과 접촉할 권리가 있는 공무원들과 산하기관이 취재에 응하고 싶어 하는데도 시장이 법령에 근거가 없는 지시를 내려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MBC 측은 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대구시 주장을 반박하는 새로운 서면과 증거를 제출했다. 우선 대구시가 지난해 5월1일 대구MBC에 보낸 취재거부 통지 공문에는 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어 홍준표 시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증거로 제시했다. 더욱이 홍 시장이 간부회의를 열어 강력조치를 지시한 당일 이 공문이 발송돼 시장이 모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MBC는 대구시가 다시 직인을 찍은 공문을 보내 취재거부를 공식적으로 취소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있어 가처분 결정의 실익도 있다고 주장했다.


심리는 길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양측을 불러 심문한 뒤 일주일 안에 추가 서면을 받고 심리를 마칠 예정이었다. 가처분은 일반적인 재판과 달리 결정기일을 미리 정해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상적이라면 늦어도 이달 안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대구시는 대구MBC가 지난해 4월 ‘TK통합신공항의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왜곡보도했다며 취재응대를 금지했다. 대구시는 대구MBC 기자 등 4명이 대구시의 핵심 사업을 폄훼해 홍준표 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발했고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같은 사건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불송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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