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이 400회를 맞았다. 1990년 9월 첫 시상을 한 지 33년 4개월 만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지난 18일 400번째 (2023년 12월) 기자상 수상작을 발표했고, 시상식은 25일 열린다.
한달 평균 5.9건 수상 ‘16.3%’ 확률
그동안 이달의 기자상에는 1만4578건이 후보작으로 추천됐고, 그중 2379건이 수상했다. 한 달 평균 36.4건이 추천되고, 5.9건이 수상한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추천작 중 16.3%만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가장 많은 수상작이 나온 건 2006년 12월(196회)로 14건이 상을 받았다. 반면 1992년 12월(제28회)은 추천작도, 수상작도 없었던 유일한 달로 기록됐다. 연도별로는 2003년과 2016년에 총 96건, 한 달 평균 8건으로 가장 많은 수상작이 나왔다. 수상작이 가장 적었던 해는 시상 첫해(4개월·18건)를 제외하면 1992년 28건으로, 한 달 평균 2.3건꼴이었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이 절반 차지
기자상 시상부문은 크게 △취재/지역취재보도 △기획/지역기획보도 △경제보도 △전문보도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정치·사회 분야 특종들이 경합하는 취재보도부문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만큼 수상작도 많이 나왔다. 그동안 전체 수상작의 31.8%(757건)가 여기서 나왔다. 지역의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은 441건. 합산하면 50.4%로 취재보도 수상작이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기획보도는 517건(21.7%), 지역기획보도는 318건(13.4%)으로 그다음 많았다. 경제보도부문은 전문성을 고려해 2010년대 들어 따로 분리 시상하기 시작했는데, 지역경제보도(8건)를 합산해도 전체 92건(3.9%)에 그칠 정도로 수상작이 가장 적은 편이다. 사진·편집·그래픽 등 다양한 세부 부문을 둔 전문보도(254건)는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장 많이 반영된 부문으로, 2010년대 이후로는 온라인 부문을 확대·강화하며 현재까지 왔다.
최근 언론사 협업·공동 수상 증가 추세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언론사 간의 협업과 이에 따른 공동 수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2월 MBC와 시사IN이 공동 취재한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 보도로 취재보도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당시 방송매체와 프린트매체의 이례적 협업에 대해 “그 자체가 실험이며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주목될만한 점”이란 심사위원회 평가가 나왔다.
이후 언론사간의 협업은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같은 해 12월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셜록이 <웹하드의 황제, 양진호> 공동취재로 기획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2022년엔 서울MBC와 춘천·전주·경남·광주 등 지역 MBC 4사가 힘을 합쳐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을 보도해 상을 받았고, 그보다 앞서 2019년 4월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 비리> 보도에 SBS 기자와 SBS FunE 기자가 힘을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협업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서 더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만 해도 경향신문·뉴스타파·오마이뉴스가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동취재>(6월)로, 뉴스타파·부산MBC·경남도민일보가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12월) 보도로 같이 상을 받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지역신문이 연중기획으로 보도한 <끝나지 않은 전쟁, 기억해야 할 미래>(12월)는 가장 많은 언론사가 참여한 수상작으로 기록될만하다.
한편 ‘최다인원’ 수상 기록을 낸 보도도 있다. SBS가 1996년 보도한 <음주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수상 명단엔 ‘박수택 외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국종합지 최다 수상… 그 중 1위는 한겨레
그동안 기자상을 받은 언론사 중 10회 이상 수상한 언론사를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가 788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지상파방송(384건), 지역일간지(329건), 지역방송사(188건), 종편·보도채널(101건) 등의 순이었다.
언론사 중에선 KBS가 217건으로 가장 많이 상을 받았다. 다만 지역국(81건)을 제외하면 136건으로 한겨레신문(156건)에 밀렸다. 다음으로 경향신문(112건), SBS(111건), 동아일보(107건), 중앙일보(100건)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지역언론사 중에선 부산일보(83건)가 가장 많은 수상작을 냈다. 다음 경인일보(67건), 국제신문(42건), 대구MBC(29건), KNN·매일신문·부산MBC(24건) 등의 순이었다.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기자상을 여러 번 받은 기자도 많다. 정환봉 한겨레 기자는 이달의 기자상만 16번을 받았다. 특히 2013년 국가정보원의 정치·여론공작 등을 집중보도해 그해에만 5번이나 기자상을 받았고, 결국 이듬해 한국기자상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한겨레엔 유독 기자상 ‘단골’ 수상자들이 많다. 정환봉 기자를 포함, 하어영(14건), 임인택(11건), 최현준(10건) 기자 등 두 자릿수 수상 기록을 가진 기자가 여럿이다.
현직 방송기자 중에선 권지윤 SBS 기자가 최다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이미 기자상을 3번 받았던 권 기자는 SBS로 옮긴 뒤 데이터분석을 활용한 온라인 보도와 탐사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11번 상을 받았다.
현직 지역언론인 중에선 설태주 울산MBC 기자가 10번으로 가장 많이 상을 받았다. 울산MBC가 그동안 기자상을 받은 게 17번인데 그중 절반이 넘는 10번을 설태주 기자가 수상했다.
‘기자상’ 받은 다양한 얼굴들
‘기자상’이지만 기자만 상을 받았던 건 아니다. 1998년 3월 <위기의 한국신문 개혁은 오는가>를 제작한 윤혁 MBC PD 등이 PD로는 처음으로 기자상을 수상했고, 분쟁지역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김영미 프리랜서 PD도 2017년 시사IN에 특집 보도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로 특별상을 받았다. 2016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체르노빌 30년 후쿠시마 5년 현장리포트>로 특별상을 받은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는 유일한 외국인 기자다.
‘예비기자’가 기자상을 받는 일도 있었다. 2011년 강예진 연합뉴스 인턴기자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계획>으로 그래픽보도부문 특별상을 수상했고, “기자를 꿈꾸는 학생”이었던 추적단 불꽃은 2020년 3월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기>로 특별상을 받았다. 1996년 12월엔 장봉군 문화일보 화백이 <만화로 보는 날치기 정국>으로 전문보도부문(해설논평)에서 수상했는데, 화백이 기자상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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