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론계 전진배치… 포털 제휴 지각변동 오나
네이버 뉴스혁신포럼 이달 첫 회의
법조계·비언론전공자 등 7명 구성
일각 "정치권 압박에 위기 관리…
양대 포털, 뉴스소비 위축에 대응"
네이버가 최근 뉴스혁신포럼(포럼)을 구성한 가운데 위원 구성을 두고 언론계에서 비판이 나온다. 좋은 뉴스를 유통한다는 플랫폼으로서 고민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검색 기본값으로 콘텐츠제휴사(CP) 기사만 노출하는 다음의 정책 등과 맞물려 기존 포털뉴스 체계의 격변을 예상하는 시선에 무게가 쏠린다. 포털-언론 간 제휴관계 변모, 나아가 포털의 뉴스철수까지 거론되는 전망 앞에 언론계가 놓였다.
네이버는 지난 18일 외부 인사 7인으로 구성된 포럼을 출범하며 이달 중 발족식 및 첫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기존 뉴스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거쳐 ‘뉴스제휴평가위원회 2.0 구성 및 운영방식’, ‘알고리즘 공정성 강화 위한 시스템 마련’, ‘가짜뉴스 대응’ 등 뉴스서비스 개선 종합계획을 1분기 내 마련한다. 위원으론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한국인공지능학회장), 퍼블리시 김위근 최고연구책임자(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김은미 교수(한국언론학회 부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준기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문한 변호사(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이종수 교수(전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 전문위원), 법무법인김장리 최성준 대표 변호사(전 방송통신위원장)가 위촉됐다.
법조계와 비언론전공자, 정치권 배경 다수로 채워진 구성, ‘좋은 뉴스의 유통’이란 포털로서 근원적 고민이 안 보인다는 점에 쓴소리가 나온다. 신문사 디지털부문 담당 A 기자는 “좋은 뉴스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고민은 언론사와 네이버가 공통인데 이 목표가 있었다면, 언론계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나올 수 없었던 명단”이라며 “특권을 달라는 게 아니라 현 제평위에도 기자가 참여하는데 향후 포털뉴스의 룰을 얘기하는 자리에, 한 주체인 현직 언론인이 아예 배제된 반면 뉴스를 모르는 인물들이 차지해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통상 한 달에 1~2회 만난 제평위 방식, 위원 중 언론 관련 전문가가 2인 뿐인 가운데 2~3개월 내 계획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총선 ‘방탄용’이고, 네이버가 이미 정한 정책방향을 추인하는 절차 아니냔 것이다. B 언론학자는 “법률과 정책을 메인으로 내부에서 정한 방향의 법 위반 여부, 정책으로 알고리즘을 푸는 방법을 살펴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방향을 안 정했어도 이해도가 낮은 위원들에게 네이버가 논의 중 선택지를 제시하면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일단은 언론사와 소송에서 지며 유명무실해진 제평위의 ‘퇴출’ 기능을 살리는 게 급선무인데 구속력을 갖는 계약 변화가 언론에 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다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뉴스에 24시간 동안만 댓글을 달 수 있는 ‘타임톡’ 기능 도입, 검색 기본값에서 대다수가 인터넷 매체인 1176개 검색제휴사를 배제하고 146개 CP사 기사만 노출하는 개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는 “검색제휴 언론사는 사실상 서비스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았다”며 우월적 지위 남용, 중소 언론의 언론활동 방해란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다음은 이후 지난달 27일 예고 없이 29개 CP사만 선정해 첫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모바일 개편을 하며 다시 비판받았다.
별개의 행보이지만 양대 포털의 조치 이유론 정치권 압박에 대한 위기관리, 타 콘텐츠 부상에 따른 극심한 뉴스소비 위축이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설상가상의 위기 속 ‘CP사 축소, 배분액 감소’ 등 그간 언론과 제휴관계 변화가 불가피해진 포털의 ‘시그널’이란 시선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포털뉴스의 트래픽 하락은 서비스로 발생하는 매출이 줄었고, 언론사 배분 금액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두 포털이 양질의 뉴스를 생산할 거라 보는 상위권 언론 의존도를 높이되 일부는 줄이고,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게 낫다는 판단을 할 거란 게 지금 상황”이라고 했다.
포털 내부 상황과 조직변화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4일 네이버는 조직개편을 통해 뉴스 서비스 관련 조직을 최수연 대표이사 직속으로 옮겼다. 총선을 앞두고 논란의 부문을 대표가 직접 챙긴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뉴스 서비스를 오래 맡은 유봉석 서비스운영총괄이 정책·리스크관리(RM) 대표로 선임되며 여러 관측이 나왔다. 특히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 포털의 악재를 더 심하게 겪어온 다음의 경우 카카오그룹과 포털 운영 자회사 다음CIC 간 입장차도 언급된다. 최근 모바일 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인링크’를 유도했다가 보도까지 나온 끝에 ‘아웃링크 선택제’를 유지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성규 대표는 “다음CIC로선 광고단가를 끌어올려 매출을 올리려면 인링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포털 영향력을 줄이는 요구로 아웃링크를 말해왔고, 결국 리스크 축소를 중요하게 본, 그룹이 우선된 결정이 내려진 걸로 본다”고 했다.
총선 이후 포털뉴스가 본격 변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변모는 이미 시작됐다. 23일 다음의 검색제휴사 배제에 대해 인신협 회원사 50개 매체가 카카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1차 심문이 진행됐고, 이는 기존 포털-언론 간 관계 변화의 단면을 드러내서다. 뉴스 서비스 중단이 결말일지는 전문가 의견이 갈리지만 언론 전반에 득이 되진 않고, 뉴스 품질은 논의 밖에 놓이는 방향은 분명하다. C 언론학자는 “감시의 눈이 많고 모든 언론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여건에서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를 접긴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포털 수입에 기대기 어려워지며 올해는 언론이 본격 각자도생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D 언론학자는 “최근 포털에서 뉴스를 접으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제평위 해체, 플랫폼 내 뉴스 노출 축소 등을 수순으로 3~5년이면 생성형 AI 답변을 위한 몇몇 언론사만 빼고 뉴스는 포털에서 사라질 듯 싶다”며 “대형사만 남고 소형 언론 모델 자체가 무너지는 게 다가온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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